은행 '보험판매인 제도' 시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3.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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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실적 독차지·고액연봉에 위화감..부정적 시각 팽배

"계약직 보험판매인(Insurance Specialist)의 연봉이 비정규직 창구직원보다 2배 높고, 심지어 정규직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은행 밖에선 영업을 할 수 없어 기존 직원의 도움을 받는데 보험판매인 실적으로만 잡히니…."



일부 은행에서 방카쉬랑스 판매 확대를 위해 도입한 '보험판매인제도'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보험판매인의 급여는 성과 위주로 결정돼 불완전판매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로 인해 이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은행도 상당수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보험판매인은 190여명으로 은행권 중 가장 많다. 현재도 두자릿수 규모로 추가 모집을 하는 중이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도 보험판매인을 고용하고 있다.



반면 한때 이 제도 도입을 고려한 은행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SC제일은행의 경우 기존 직원과 형평성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보험판매 수수료로 306억원을 거둬들였고, 판매인들에게 평균 4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본급을 더하면 영업점의 비정규직 연봉(1800만~2000만원)의 2배를 웃돌고, 일부 정규직보다 높은 수준이다.

영업점별로 한두 명 배치된 보험판매인은 전화마케팅은 물론 은행 밖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은행을 방문한 고객만 대상으로 하다보니 창구직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카쉬랑스 판매에 주력하던 지점에서는 여신 담당 직원이 보험판매에 나서면서 '꺾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정작 이 실적은 담당 직원이 아닌 보험판매인 몫으로 잡혔다고 한다.

성과 위주의 급여체계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높다. SC제일은행은 정착금 명목으로 초기 4개월 월 100만원, 이후 4개월은 월 4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이후에는 기본급이 없으며, 성과급은 판매수수료의 25%다. 월 100만~200만원의 기본급을 보장하는 우리·경남은행과 대비된다.



이로 인해 초기 4개월간 보험판매인의 이직률이 높다고 한다. 만기가 긴 보험상품의 특성상 장기 관리에 허점이 나타날 수 있고, 여기에 보험판매인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밀어주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판매인이 내놓는 팸플릿에 따라 고객들의 선택이 70%가량 좌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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