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19일(11:5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지난 17일 만기가 되지 않은 해외발행 회사채를 조기상환한 현대캐피탈이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손실 위기에 놓인 투자자에겐 구원자가 됐고, 튼튼한 자금력을 과시했다.
헐값 매수, 상환 부담↓
해외 채권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이 사들인 외화채권의 가격은 발행가 대비 20% 정도 떨어진 상태였다. 가격이 이렇게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조기 상환 요구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이 조기상환한 해외채는 2010년 만기 달러 표시채권 2000만달러 어치와 2010년 만기 사무라이본드의 일부다. 달러표시 채권은 발행가의 84%, 사무라이본드는 75% 수준에서 매입했다. 말 그대로 헐값에 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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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입장에선 만기도래 때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2010년 만기 달러채의 경우 총 상환금액이 4억달러인데 이중 2000만달러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빌릴 때 비용보다 더 싸게 상환해 조기상환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득을 보게 됐다. 근 4년동안 공짜로 2000만달러를 굴린 셈이다. 사무라이채권도 마찬가지.
가격 급락제어, 투자자 보호
현대캐피탈은 보유 채권의 조기 매입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게 됐다. 가격 급락으로 손절 매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이 매수세력으로 등장해 추가 하락을 막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IR(투자설명회)을 다니면서 투자자들과 접촉한 결과 바이백 요구가 있었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를 꾸준히 받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평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게 돼 팔게 되면 확정손실이 된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최근 환율과 CDS 프리미엄 등 위험 지표가 크게 오르면서 한국물 던지기가 나타났었는데 이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이 조기 상환을 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는 향후 채권 발행시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발행 이후 유통시장에서도 채권을 관리한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물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졌다"며 "우리는 '옥(玉)'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조기 상환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캐피탈의 재무 상황이 건강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대캐피탈은 회사채 바이백 직전에도 RBS 은행에서 차입한 1억달러를 상환한 바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원화로 스왑을 해서 상환을 했을 것 같다"며 "외화든 원화든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상환했다는 게 부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