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북·동유럽 '도미노 정권붕괴' 위기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9.03.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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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회, 정부 불신임...유럽국가 정권교체 벌써 4번째

경제 위기로 인한 유럽국가들의 정권 붕괴가 이어지고 있다.

체코 의회는 24일(현지시간) 표결에서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체코의 경우 타지역과의 온도 차이는 있지만 정권이 붕괴된 유럽권내 4번째 국가이다. 체코에 앞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벨기에의 정권이 교체됐다.

특히 외환위기의 한가운데 놓인 동유럽국들의 정정불안은 극심하다. 헝가리의 페렌츠 주르차니 총리는 지난 20일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 총리에 나서는 후보가 없어 행정 공백이 우려된다.



◇ 험난한 여정

순번제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고 있는 체코의 미렉 토포라넥 총리는 불신임안 가결 소식을 전해들은 뒤 "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로써 취임 1년 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006년 구성된 체코 소수 연립정부는 그간 험난한 시간을 보내왔다. 앞서 4차례의 불신임안 표결은 무소속 의원들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넘길 수 있었지만 결국 다섯수를 넘기지 못하고 정부를 해산하게 됐다.

이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 분리 독립 이후 첫번째 의회의 정부의 해산 결정이다. EU 의장국 정부가 6개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산된 것은 1996년 이탈리아에 이어 두번째다.

◇ 연쇄 붕괴 오나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벨기에, 체코, 헝가리 등의 공통점은 수십년래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라트비아와 헝가리는 동유럽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신용위기 피해를 입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기도 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체코 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심각한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체코 중앙은행은 올해 자국 경제가 2%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헝가리 경제는 지난해 3,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공식 침체에 진입했다. 특히 외환보유액의 6배에 달하는 대외 채무가 문제다. 이 때문에 IMF로부터 250억달러를 빌렸지만 IMF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세운 재정 적자 규모 축소에 애를 먹고 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도 상황이 별다를 바 없다.



동유럽 내에서도 빈국으로 꼽히는 불가리아는 우파 야당 GERB를 위시한 야당들의 조기 총선 요구가 거듭되고 있다. GERB가 상당한 대중적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내년 총선 이전 내각이 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과 총리간의 오랜 반목으로 출범 이후 계속 삐거덕대던 루마니아 좌우 동거 정부도 12월 대선 이전 해체될 공산이 크다.

◇ 국내 정치 문제일 뿐..확대 해석 말아야



일각에서는 체코 정부 해산이 정계 갈등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애널리스트 존 레비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체코 정부 해산은) 경제 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며 "전적으로 체코 내 정치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체코 정부가 이전부터 구조적인 붕괴 위험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애널리스트 티모시 애쉬는 "직면한 거대 도전을 견뎌내기 위한 최후의 보루는 정치적 안정"이라며 체코의 국가 재무 건전성과 정부 해산 사이엔 큰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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