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롯데-신세계, 희한한 '땅싸움'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3.25 11:14
글자크기

같은 아울렛 부지, 롯데는 빌리고 신세계는 매입

유통업계 '숙적' 롯데와 신세계가 희한한 '땅싸움'에 휘말렸다.

선진국에선 일반화된 교외형 아울렛 사업이 국내 유통업계의 신업태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파주의 동일한 부지를 놓고 롯데와 신세계가 부동산개발회사와 각각 임대차계약, 매입계약을 맺어 두 회사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왼쪽은 롯데 아울렛 광주점, 오른쪽은 신세계 아울렛 여주점.<br>
왼쪽은 롯데 아울렛 광주점, 오른쪽은 신세계 아울렛 여주점.


신세계는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인 ㈜CIT랜드로부터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 내 53만4000여㎡중 7만6000여㎡를 매입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문제는 이 땅이 지난해 1월 롯데가 20년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은 곳이라는 점이다.



롯데는 임대차계약을 맺었고 계약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가 부지 매매계약을 맺은 데 대해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나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세계는 미국 아울렛 업체 첼시와 합작법인 신세계첼시를 설립, 지난 2007년 여주에 국내 최초로 교외형 명품 아울렛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호점 개점을 위해 파주와 부산 등 부지를 물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2007년 파주 통일동산 내 이번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CIT랜드와 장기 임대차계약을 맺고 명품 아울렛 2호점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사업성 등을 이유로 철수했다.

이어 롯데가 지난해 1월 CIT랜드와 20년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게 되면서 이 지역은 롯데 아울렛 '3호점'이 들어설 곳으로 낙점됐다. 롯데는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은 이후 프로젝트팀을 파견, 제반 업무를 진행해왔고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 등 관련 인·허가 절차도 진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롯데는 지난해 첫 선을 보인 광주, 김해 아울렛에 이어 아울렛 3호점을 파주에 열 계획이었지만 신세계라는 돌발 변수에 아울렛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롯데 측은 "지난해 1월 20년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고 난 후 CIT랜드 측에서 땅을 매입하라는 제의가 들어와서 논의를 하고 있던 중에 신세계와 계약을 맺은 것은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며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세계 측은 이에 대해 "CIT랜드와 매매 약정계약을 맺었고 제반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롯데가 법적 대응을 해와도 그 문제는 CIT랜드와 롯데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고 이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지역이라 파주시의 거래 승인 등 몇 가지 절차만 남아있다"며 "신세계와 CIT랜드간 부지매입 계약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