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마감]추경 '물량폭탄' 금리 급등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3.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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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후 월8조 국채발행…정부案 시장 기대 못미쳐

채권시장은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되자 물량 부담을 느끼며 온종일 약세를 면치 못했다. 추경용 국고채 발행량이 줄긴 했지만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4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상승한 3.64%,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15%포인트 오른 4.43%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07%포인트 상승한 5.01%, 신용등급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0.08%포인트 뛴 6.02%에 마감했다.

채권시장은 장초반 정부의 추경 발표를 주목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결국 당초 예상과 비슷한 추경 28조9000억원으로 내놓자 실망 매물이 나왔다. 추경용 국고채 발행 물량은 추정치보다 1~2조원 가량 줄어든 16조9000억원. 물량 부담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발표였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해 4월부터 발행된다면 매달 1조8700억원이 시장에 쏟아진다. 게다가 올해 국고채 발행액으로 잡아놨던 74조3000억원에서 3월까지 발행된 18조9000억원을 빼면 55조4000억원이 남아 있다. 매월 6조1500억원에 달한다. 추경 물량을 더하면 다음달부터 한 달 평균 8조원이 넘는 국채가 시장에 쏟아진다.

채권시장이 '물량 폭탄'으로 느끼는 이유다. 정부가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쓰고 남은 세금과 한은 잉여금, 기금 여유자금 등을 활용했지만, 그 수준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추경용 국고채 발행을 줄였다고 했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에 반영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이 불가피했다. 더구나 앞으로 국고채 발행이 본격화되면 채권 금리 급등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운용사 채권펀드매니저는 "한은이 국고채를 매수할지, 또 매입액을 얼마나 할지에 따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수퍼 추경'에 따른 물량 압박 때문에 투자자들이 국고채 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기획재정부가 4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20년물을 입찰했지만, 응찰율도 밑돌았고 금리도 전날보다 0.22%포인트 뛴 상태로 낙찰됐다. 채권시장이 국고채 매수에 부담을 느낀 결과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시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해 추경 자금 재원으로 쓰고, FRN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에서 받아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채권시장에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등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FRN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변동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줘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따라서 만기 1년 이상으로 발행하더라도 잔존만기(듀레이션)가 3개월로 인식된다. 수탁액이 사상 최고치인 126조원에 달하는 MMF와 같은 단기상품에서도 편입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MMF 매입이 쉽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FRN은 변동금리라서 채권의 가격 평가 방법이 복잡하고 회사마다 기준이 달라 매매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진다 "며 "단기상품인 MMF는 편입 채권의 유동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FRN은 투자하기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을 위한 만기별 국고채 발행 계획이나 시장의 소화를 도울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



정성민 유진선물 애널리스트는 "추경 국고채 소화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시장이 좀처럼 맥을 못 췄다"며 "기관투자자도 관망세를 보인 가운데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지속되면서 약세를 더 키웠다"고 전했다.

국채선물 6월물은 은행이 1177계약 순매수했으나 외국인(-936계약)과 보험사(-780계약)가 매도하면서 전날보다 39틱 하락한 110.90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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