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준결승은 통과한 증시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3.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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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선 돌파를 위해 수급이 관건..外人 매수세 기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우리 야구 대표팀의 당초 목표는 2회 연속 4강 진출이었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을 통과해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가장 강팀이라는 베네수엘라를 맞아 의외의 낙승을 거뒀다. 한국 대표팀을 '스몰볼 야구'라고 얕잡아 보고 에이스 투수를 아꼈던 베네수엘라는 실책과 초반 홈런 두 방에 무너졌다. 전 세계 야구팬들은 이제 한국 야구가 그동안 너무 저평가돼 있었다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1000선 지지를 목표로 삼았던 코스피지수는 의외로 손쉽게 1000선을 지켜냈다. 멕시코와 일본을 잇따라 격파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1100선을 넘었다. 또 숨고르기 과정에서 일본에게 1패를 당했던 것처럼 지난 한 주 체력을 비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결국 경기선이라 불리는 120일선을 지켜내고 사흘 만에 1170선까지 올라섰다. 한국의 외화 유동성을 얕잡아 봤던 외국인들은 외환 시장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물러나기 시작했고 코스피지수의 하락에 베팅했던 선물시장의 외국인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미국의 준결승에서 누가 결승에 올라오든지 한국과의 결승전은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더 이상 대비할 경기도 없기에 모든 전력을 총 동원한 한판이 불가피하다.

1200선 도전을 앞둔 코스피시장도 비슷하다. 1200선 돌파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조만간 돌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수가 상승할 수록 차익실현 매물은 계속 출회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밸류에이션의 부담도 적지 않다.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 뒷받침돼야 할 펀더멘탈은 개선조짐을 보이지만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증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던 외환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고 수일간의 조정을 거치며 차익실현 매물도 상당히 흡수됐다. 해외 시장에서는 당분간 추가로 나올 악재는 별로 없다. 3월말로 예정된 GM의 파산 여부, 4월말로 예정된 금융기관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결국 불확실성 해소와 시장 안정의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1200선 도전을 위한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는 '수급'도 점차 개선되는 조짐이다. 1000선에서부터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기관의 매수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기관의 바통을 외국인이 이어받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그동안 매도로 대응해 왔던 외국인들의 자세에 변화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최근 4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매수 강도가 크지 않지만 지난 20일에는 1000억원이 넘었다.

외국인은 특히 선물시장에서도 3월 들어 2만6171계약을 순매수하고 있다. 3월 동시 만기일을 앞둔 환매가 상당량 포함돼 있지만 만기일 이후만 계산해도 6638계약를 순매수 중이다. 특히 3월물에서 6월물로 약 2만5000계약 정도의 매도 롤오버를 진행시켰지만 이중 일부는 환매되고 있는 것으로 선물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는 베이시스 개선과 프로그램 순매수의 유입을 촉발할 수 있는 점에서 현물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이 선물 매수에 나선 기간, 프로그램은 연일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물론 3월초 6조4000억원까지 떨어졌던 매수차익잔고가 벌써 7조8000억원에 육박하고 있어 상당한 여력을 소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차익매수 여력 7000억원 가량으로 아직 충분한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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