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빛나는 시장지향적 전략

유필화 SKK GSB 부학장 2009.03.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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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지상특강] 3회. 시장지향적 전략 (下)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MBA 지상특강'을 20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마케팅, 재무, 인적 자원관리 등 최신 MBA 트렌드를 간략하게 소개함으로써 위기의 시대에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불황일수록 빛나는 시장지향적 전략


성공적인 시장지향전략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 전략을 잘 활용한 기업들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의 추세 및 고객의 욕구를 파악 또는 창출하고, 회사의 모든 활동을 철저하게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욕구에 맞춘다.



시장 중심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는 관련 시장의 추세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기꺼이 부담한다. 즉 웬만한 정도의 실패율은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농심은 1970년대 초에 시장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뻥튀기 개념의 스낵이 장래성이 밝고 어린이들의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뻥튀기의 공정을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향으로 연구ㆍ개발 할 것을 결심했다.



그러나 농심은 스낵의 제조공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재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연구개발비를 지불해야 했다. 이 때 실험용으로 쓴 밀가루만 해도 4.5톤 트럭 80대 분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회사에는 이른바 '실패할 수 있는 자유'(free to fail)가 있었다. 즉 연구 개발 프로젝트의 수행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잘못이나 손실은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일체 회사에서 흡수하는 조직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새우깡'이라는 훌륭한 장수상품이 나올 수 있었다.

미국의 3M도 종업원들에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15%를 스스로 선택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쓰라고 권하고 있다. 이렇듯 이 회사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있고, 바로 그 때문에 총 매출에서 신제품의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나 된다고 한다.


둘째, 명확하고 시장지향적인 사업의 정의 및 (사업의) 포지셔닝을 들 수 있다.

사업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정의하는 것은 전략의 기초이자 전략기획의 출발점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천공기 제조회사 힐티(Hilti)는 '우리는 구멍을 만듭니다'라는 말로 자사의 사업을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제품이나 기술과는 상관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내려진 뚜렷하면서도 시장지향적인 사업정의의 표본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레이저, 물, 또는 초음파로도 구멍을 뚫게 될 것이다. 그러나 힐티는 기술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고객들의 욕구를 계속 충족시킬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셋째, 고객들이 얻고자 하는 핵심가치를 알아내고 그들을 위해 그것을 창출ㆍ제공함으로써 경쟁사에 대비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얼핏 보기에는 시장지향적인 것으로 보이는 전략을 추구하는 많은 회사들이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다. 그 까닭은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가치 및 효용을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얻는 효용은 제품(루이뷔통)일 수도 있고 서비스(캐터필라)일 수도 있으며, 또는 가격(월마트, 알디)일 수도 있다.



넷째, 빨리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점점 더 빨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속도의 시대에서는 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이제 시간경쟁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최소한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만큼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어떤 경영자는 속도의 시대에서의 학습능력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미래의 회사가 갖게 될 유일한 경쟁우위는 경쟁사보다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경영자의 능력일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시장에서 오랫동안 잘 해온 기업일수록 타성이 붙어 학습과 적응을 게을리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행동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경영자는 과거의 성공과 영광, 그리고 경험이 오히려 자신의 시야를 좁히고 생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대의 추세에 따르지 않는 자는 시간과 더불어 사라진다."

시장지향성은 밖에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모든 기업이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얼마만큼의 활동을 하여 어느 정도의 시장지향성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같은 극심한 불황의 시대에서는 시장지향성 또는 시장지향적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현재 위기의 본질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매출의 감소와 가격의 하락이기 때문이다.

시장지향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고객 가치의 창출만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격언은 이러한 시대에 많은 기업이 되새겨 볼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유필화 부학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빌레펠트대 초빙교수, 한국경영학회의 편집위원장과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의 부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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