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일전 일부러 졌다?

정현수 기자 2009.03.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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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일(한국시간) 한일전을 쉬어가는 듯했다.

일단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자. 정근우(2루수)-이용규(우익수)-김현수(좌익수)-김태균(1루수)-이대호(지명타자)-이범호(3루수)-이택근(중견수)-강민호(포수)-최정(유격수). 총력전보다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김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1회 톱타자 정근우의 중전 안타로 만든 무사 1루에서 이용규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오른손 부상을 입은 이용규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느긋하게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포수-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의 교체도 김 감독의 우회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은 안방마님 박경완(SK)과 박기혁(롯데), 이종욱(두산)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지난 1라운드부터 줄곧 대표팀 안방을 지켰던 박경완은 현재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다. 체력 부담도 적지 않을 뿐더러 행여나 부상이라도 입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특히 선발 투수에 장원삼을 기용한 것을 비롯, 오승환 이승호 등 그동안 등판하지 않았던 투수들에게 모두 출전 기회를 주었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이날 일본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 대신 컨디션 조절을 선택했다. 김인식 호의 조2위 확정은 승리보다 더 큰 수확이다.

조 2위로 진출한다면 22일 준결승전, 24일 결승전을 치르며 1일 경기, 1일 휴식으로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이지만 1위에 오를 경우 2일 휴식 후 23일과 24일 이틀 연속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김인식 감독도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무리를 하지 않는 모습이 확연했다. 전략상 지는 게임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 1위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일본과의 조 1,2위 결정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승패에 큰 부담없다. 하늘에 맡기겠다"고 허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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