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聖地 영국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김드보라 오퍼스트래블 기획팀 2009.03.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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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해외여행/ 영국

축구 聖地 영국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지도 햇수로 벌써 5년이다. 축구 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축구 종주국 영국의 그라운드를 누비는 박지성을 지켜보는 것은 그 이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즐겨 보던 열혈 축구팬들에게도 매우 즐거운 일이다.

TV와 신문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TV 중계를 통해 들려오는 열광적인 함성 소리,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과 소품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치장한 팬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뛰고 소리 지르고 땀 흘리며 응원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함께 그라운드를 뛰는 듯한 영국 축구장의 풍경. TV 중계를 보고 잠드는 밤은 꿈속에서 박지성, 호나우두, 루니, 램파드, 제라드, 발락 등 내로라하는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총 출동하여 올스타전을 벌인다.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진출 1순위로 꼽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들의 포지션, 감독의 스타일, 선수들의 팀 이적 상황 등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축구광이라고 해도 한번쯤 경기를 직접 보고 느껴봐야 EPL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색 체험, 구장 투어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은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그 중 구장 투어는 선수들의 생생한 땀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축구팬들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구장 투어는 구단 별로 경기가 없는 날마다 진행되고 있다. 좋아하는 구단의 투어를 신청하면 구장 내에 있는 라커룸부터 선수들의 샤워실, 브리핑룸, 박물관, 메가 스토어, 그라운드까지 구장 곳곳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생활공간을 거닐며 땀 냄새를 직접 맡아보는 즐거움은 축구팬들에게 있어 최고의 경험.
축구 聖地 영국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구장 투어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입담 좋은 가이드들은 대부분 구단 관계자가 아닌 해당 구단의 팬들이다. 워낙 예전부터 광팬을 자처해 온 사람들이라 투어하는 사람들보다 더 신나게, 역대 선수며 감독, 구단 성적은 물론 선수들의 신상 내역까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줄줄이 풀어 놓는다. 입담 좋은 가이드들의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광팬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구단의 뒷얘기와 선수들의 사생활도 살짝 들어 있어 구단 투어를 몇배로 재미있게 해준다.

구장에서 축구팬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곳은 당연 선수들의 라커룸이다. 라커룸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가 하나 같이 탄성을 지른다.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이 눈앞에 걸려 있으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가슴이 방망이질을 해대는 것이다. 라커룸의 사물함은 언어권별로 배정한다고 한다. 수많은 나라에서 모인 선수들을 고려해 언어 소통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이란다. 가이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라커룸 속 숨은 배려에 괜히 흐뭇해졌다. 축구 하나에 인생의 전부를 건 선수들, 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라커룸에서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경기 후 감독과 선수가 기자 회견을 하는 프레스룸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마치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된 것처럼 멋지게 폼을 잡아 본다. 전략과 전술을 짜는 브리핑룸에는 경기장 그림이 그려진 화이트보드가 있다. 원정길에 나선 상대팀의 브리핑룸에 있는 화이트보드는 홈팀의 1/2 크기에다 문 옆에 조그맣게 붙어 있어 보기조차 힘들다는 가이드의 우스갯소리에 브리핑 룸 가득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꿈의 무대, 그라운드

축구 聖地 영국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구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삼매경에 빠져있는 투어객들을 가이드가 불러 모아 두줄로 세운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안내에 따라 줄을 선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라운드로 들어가는 터널 입구에 서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처럼 그라운드로 입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줄로 늘어 선 투어객들이 그라운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둡고 좁은 터널을 지나 넓은 그라운드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스피커를 타고 응원가와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실제 경기에 입장하는 듯한 생동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라운드에 도착하는 순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가 감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드넓은 그라운드, 빛을 받아 눈부신 초록빛 잔디, 몇만석의 관중석. 터널 속에서 들렸던 환호성이 귓가를 맴돌며 관중이 가득 들어찬 듯한 환시가 보인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축구의 성지, 웸블리구장

1923년에 세워진 웸블리구장은 영국 축구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때 맨유의 경기장이었으나 현재 이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팀은 없고 영국 축구협회, FA와의 계약으로 영국 국가대표팀의 A매치 경기나 FA컵 결승전을 할 때 사용된다. 축구 경기 외의 용도로도 사용돼 서커스 공연이나 유명 가수의 콘서트 무대로 쓰이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공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퀸의 콘서트라 할 수 있다.



축구의 성지 웸블리구장의 이면에는 훌리건의 고향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도 있었으나, 2007년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축구 성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 웸블리 스테디움은 깨끗한 시설과 비스듬하게 세워진 아치형 지붕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파란 물결, 첼시 스템포드구장

거리부터 조용하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풀햄 브로드웨이는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이다.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부자 아브라모비치를 구단주로 가진 첼시의 구장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구장 안으로 들어가면 발락, 드록바, 존 테리, 조 콜 등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선수들이 여기저기에서 손짓한다. 담벼락마다 첼시 선수들의 얼굴이 가득한 것이다. 현대엔 어울리지 않는 고전적인 담장이 살짝 의아했지만, 이내 예전 구장의 흔적을 보호하려 했던 첼시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으로 가면 첼시의 연대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주요 사건을 담은 사진들, 선수들의 싸인과 애장품, 역대 경기 팀들의 휘장 등이 전시돼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잘 찾아본다면 수원 삼성의 휘장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난 것은 브리핑룸에 있는 경고문이다. 경기 중에는 모든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없다는 글자와 함께 더 큰 글씨로 결혼반지만은 예외라고 쓰여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축구 팬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바로 메가 스토어다. 유니폼, 응원 도구, 액세서리, 가방, 심지어 나이프, 포크, 컵까지 없는 게 없는, 하지만 모든 게 첼시로만 가득한 마법의 장소! 생활 구석구석, 그리고 뼛속까지 자신의 서포팅 팀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이다.

◆붉은 열정, 아스날 에미레이트구장



지하철 역 이름에서 구단 이름을 따온 유일한 축구팀, 아스날. 아스날의 홈구장 이름인 에미레이트구장은 후원사인 아랍에미레이트로부터 유래한 이름이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반짝이는 구장의 외관, 바닥, 벽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스날의 상징인 대포 엠블럼이다. 군수 공장이 모여 있던 지역의 노동자들이 모여 축구 클럽을 만들었고, 그것이 아스날의 시작이었다.

엠블럼의 대포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첼시와 마찬가지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이역만리 머나먼 타국에서 잠시 구경 온 이방인에게도 가상하다. 새로 지은 구장보다 더욱 반짝이는 구단의 역사는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르캄프, 앙리 등 굵직굵직한 이름 곁에 지금의 아스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아데바요르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그 안에서 살아 숨쉬고, 뛰고, 패스하고, 슛을 날리고 있었다.

◆또 다른 축구 구장, 영국의 스포츠 펍



축구 聖地 영국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장만 들썩이는 게 아니다. 영국 전체가 들썩이다. 그 중 경기가 열리는 구장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또 하나의 축구 구장인 스포츠 펍이다. 경기가 있는 날은 낮이건 밤이건 팬들로 가득하다. 식사를 하며, 가벼운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제각각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이번 경기 어땠어? 아까 그 슛만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지?'라며 서슴없이 말을 붙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상대편이라면 그 앞을 지나갈 엄두조차 내지 말아야 할 살벌한 곳이기도 하다. 경기장에서만 역사가 창조되는 것은 아니다. 구장 밖 펍에서도 역사는 창조된다. 때론 기쁨의 환호를 내지르고, 때론 실망에 가득 차 야유를 보낸다. 펍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도, 그들의 흥분과 좌절도, 우리에겐 그저 재미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영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영국은 중절모 신사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네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사람의 두개골을 발로 차며 '축구'라는 놀이를 시작한 나라이기도 하다. 뮤지컬, 박물관, 여왕, 민주주의, 셰익스피어, 비틀즈. 그들은 위대하고 고상한 문화유산을 만들기도 했지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서포터즈들이 원정팀 팬들과 싸우기도 하고, 타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 때는 아예 입국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하는 난동꾼들을 양산해내기도 했다.
축구 聖地 영국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다시 한번 영국에 간다면, 겉모습 우쭐거리는 영국이 아니라 축구의 열기로 가득한 영국의 이면을 한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라도 비싼 티켓 값이나 이미 매진된 티켓 때문에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구장 투어와 스포츠 펍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두근거리는 날들을 보낼 수 있다. 저 멀리 들려오는 경기장의 응원 소리와 맥주 한잔, 그것만으로도 영국과는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으니까. 물론 경기를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여행문의 오퍼스트래블, 02-3445-6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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