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낙관론' 3일만에 실종, 美연준의 뒷맛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3.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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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매입' 시장호재 불구 연준 '비관론'에 우려 제기

"올 연말에는 경제침체가 끝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한 말이다.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성공할 경우"라는 전제를 깔고 한 말이지만 이전의 발언에 비해서는 '회복'에 방점이 실린 발언이었다.

"금융시스템을 안정시켜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하기 전까지는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금융시장에서 분명한 진전이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며칠전 '외교협회' 강연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터라 일회성 발언이 아니라 버냉키 의장이 경기회복에 대해 점점 낙관하고 있다는 분석이 월가와 언론에서 제기됐다. 증시도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호재'로 해석,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뒤인 18일 연준의 공식적인 정책집행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놓은 경기진단은 조직의 수장인 버냉키 의장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었다.



FOMC성명은 "지난 1월 FOMC 이후 종합된 정보들은 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Information received since the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met in January indicates that the economy continues to contract).

실업, 주가 및 주택가격 하락, 신용경색상황이 소비자들의 심리와 지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취약한 매출 전망과 자금조달 곤란으로 기업들은 재고와 고정자산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주요 교역상대국들이 경기침체에 돌입함에 따라 수출 역시 슬럼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1월 FOMC에서만 해도 "점진적 경기회복이 올 하반기에 나타날 것(a gradual recovery in economic activity will begin later this year)"이라던 문구를 유지했었다.

"금융시장이 안정될 경우 올해 경기침체가 끝날수 있을 것"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조심스런 낙관'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성명에서는 이 문구가 통째로 사라졌다.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회복될 것이라고는 언급했지만, 버냉키 의장이 '60분'에서 강조, 한동안 월가에 회자된 'green shoots(회복의 조짐)'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정치적 수사'였든지, FOMC에 참석한 9명의 위원들(버냉키 의장 제외)이 '수장'의 경기진단을 뒤집었든지, 아니면 사흘만에 버냉키 의장의 생각이 바뀌었는지, 월가는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이날 장후반 미 증시 상승폭이 제한된 데는 연준의 비관적인 경기진단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는게 미 증시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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