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시중은행 관계자)
18일 금융권 노사의 임금협상이 결렬됐다. 노조가 협상을 깨고 나오는 게 통상적인 풍경인데 이날은 상황이 달랐다. 사측이, 그것도 산업은행, 기업은행, 캠코 등 금융공기업이 '다 된 판'을 뒤엎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무난히 합의할 거란 관측이 많았던 터였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명동은행연합회에서 금융공기업 수장들과 노조 대표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성급한' 노조는 타결 전에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뿌렸다. 일부 언론사는 '임금협상 타결'이란 제목의 '오보'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노조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임금 동결'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이상,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는 생각이었다. 사측이 트집을 잡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임금 협상을 통상적인 기간보다 몇 달 앞당긴 이유도 있었다. 임금삭감 도미노가 확산되기 전 '동결'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깔렸다.
결국은 불발이 됐다. '복병'은 금융공기업이었다. 금융공기업 수장은 이날 아침 노사 잠정 합의문을 받아보고 당황해 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배치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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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는 신규 직원 임금을 20~30% 삭감토록 돼 있다"면서 "금융노사가 일괄적으로 20%라고 정해 놓으면 정부 안을 따를 수 없다"고 해명에 진땀을 뺐다.
신규채용확대도 쉽지 않다. 종전 계획의 10%를 늘리자는 것인데, 정부는 오히려 정원을 줄이라고 하는 터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3년간 69개 공기업이 정원을 1만9000명 줄여야 한다. 신보와 기보는 올해 아예 신규채용을 못하도록 못 박았다.
공론화는 안 됐지만 기존 직원 임금 동결을 두고도 금융 공기업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기업 임금 삭감을 추진 중이기 때문. 법적 효력이 있는 임금 협상 테이블에서 함부로 동의를 할 수 없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는 적극적인데 오히려 국책은행 사측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이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너무 정부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