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체율 '뛰고' 수익은 '줄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2009.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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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건전성 비상..주요 은행 충당금 6조 이상 쌓아야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은행의 기업·가계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은행의 자산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수익도 감소하고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中企대출 중심 연체율 급등=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금액은 922조5000억원이고, 연체율은 1.67%로 전년 동월말 대비 0.66%포인트 상승했다. 2005년 10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연체금액도 8조3000억원에서 15조5000억원으로 1년새 86%나 급증했다.

2005년말 1.21%에 달했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08년 1월말 0.92%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되며 작년말 1.08%로 높아졌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올해 1월말 1.50%로 뛰었고, 2월말에는 1.67%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월말 현재 2.31%로 전년동월말 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2월말 1.47%를 기록했으나, 올 1월말 2.05%로 상승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대출 연체률이 2.67%로 같은 기간 1.27%포인트나 뛰며 2005년 5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금액도 5조3000억원에서 11조4000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0.89%로 0.13%포인트 상승했고, 연체금액도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0.70%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이 최근 경기침체 등을 반영해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채권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 떨어지면서 은행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 하락속도가 예금금리 하락속도를 상회하면 은행의 이자부문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탓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는 은행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가계대출보다 중소기업대출 부실화 수준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체율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파른 점이 있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연체율 동향 등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함께 잠재부실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키로 했다.

◇주요 은행 충당금 6조 이상 쌓아야= 연체율 상승과 함께 늘어나는 대손충당금 부담도 은행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올해 은행들은 총여신 대비 1%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구조조정을 대비하는 한편, 중소기업 자금수혈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우리은행의 여신대비 대손비용률은 2007년 0.49%였으나, 지난해 0.98%로 급등한데 이어 올해는 1.01%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도 1조3335억원, 1조6271억원에서 올해 1조9233억원 등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수준의 대손비용률을 전제한다면 국민, 신한, 하나 등 주요 은행들은 총 6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평이다. 특히 은행들은 1분기 건설·조선 구조조정 등에 대비해야 해서 상대적으로 충당금 부담이 크다.

증권업계는 올해 은행들이 연체율 상승과 대손충당금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 총자산이익률(ROA)은 △국민 0.7% △우리 0.3% △신한 0.6% △하나 0.3% 등으로 전년보다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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