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사수 대책위’는 지난 17일 기아차 광명 소하리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노조 지도부가 기아차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지역지부로 전환을 결정해 이에 대해 의견을 묻기 위한 조합원 총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대책위측은 전체 조합원 3분의 1 이상인 1만2133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2006년 12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완성차 4개 노조 등 기업지부들을 2009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하고 이후 지역지부로 전환하는 안을 결정했다.
지난 12일 아산공장 노조 집행부들을 총 사퇴하게 만든 ‘간부 도박’ 사건도 노조 내 이해관계가 다른 조직에 의해 공개됐다.
이 같은 잇따른 현대·기아차 노조의 내부마찰은 완성차 공장의 특성과 수 많은 현장조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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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장이 전국에 분포돼 있는데다 생산라인에 따라 양산모델이 다르고 비생산 부문 노조와 이해관계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지역지부로 전환하면 기아차 광주공장은 광주전남지부로, 소하리공장은 경기지부로 편입된다. 여기에 전국에 흩어진 판매와 정비 부문은 또 별도로 편재가 이뤄진다.
경기침체로 어느 때보다 조합원들의 구조조정 불안감이 커진 터라 소속의 변화가 가져올 각자의 손익계산이 노노갈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이해관계의 중심에 현장 조직들이 있다. 현대차에만 40여개의 현장 조직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지도부와 다른 노선의 제 조직들이 경기불황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틈타 서로 지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인다는 평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80년대식 노동운동이 변화를 요구 받는 시점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노노갈등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노조는 내부 문제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노사상생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노총 활동가는 “내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올 9월 집중된 금속노조 사업장별 선거를 전후해 계파간 경쟁이 격렬할 것”이라며 “특히 뉴라이트와 연계된 ‘우파’적 성향의 세력이 성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운동 인사도 "요즘 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집안싸움 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칫 경제위기의 고통분담을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