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그 상담직원이 회장님이었어?"

김희정 기자 2009.03.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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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불만제로]1-2. CEO도 고객상담… 2010년 고객클레임 0.4PPM 목표

편집자주 지난해 먹을거리 파동으로 식품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기회로 삼아야 겠지만 지나친 오해는 소비자에게도 득될 것이 없고 식음료 산업을 멍들게 할 뿐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도전! 불만제로'라는 기획을 통해 황당한 오해와 진실을 밝혀주고 해당 기업과 종사자들의 노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말 경기도에 사는 한 40대 남성이 농심의 고객상담팀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고객상담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젊은 여성이 아니라 나이가 든 남자의 목소리였다.

남성 고객은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불만 내용을 이야기했다. "라면에 뭔가 점 같은 게 묻어있네요. 기분이 정말 나쁩니다." "네, 바로 고객님 댁으로 직원을 보내 확인하고 신속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손욱 농심 회장↑손욱 농심 회장


이 남성은 일단 전화를 끊었다가 고객상담팀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불만이 제대로 접수됐는지 여부와 답변을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확인했다. 상담시간을 확인한 팀장은 전화는 잘 접수됐으며, 손욱 농심 회장이 그 시간에 직접 응대했다고 답했다.

고객은 깜짝 놀라며 "이걸로 됐다. 굳이 직원까지 보낼 필요 없다. 회장이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직접 고객 전화를 받을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농심에는 이처럼 최고경영진과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핫라인'이 있다. 손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들이 돌아가며 매일 오후 1~3시 고객 불만을 직접 상담한다. 손 회장은 한 달 평균 2∼3회 꼴로 고객 전화를 받는다. 처음에 이름과 직함을 밝혔다가 놀라서 끊는 고객들이 많아 지금은 그냥 "고객상담팀입니다"라고만 밝히고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클레임 처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무실' 개념도 도입했다. 고객서비스(CS) 마스터의 차량에 화상회의시스템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4시간이면 전국 어디든 고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갈 수 있게 됐다. 1인당 하루 클레임 처리 가능 건수도 4건에서 10건으로 늘어났다. 농심은 고객의 클레임을 2010년까지 0.4PPM(100만 개당 0.4개)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지난해 식품 파동을 거치며 농심 (382,000원 ▼4,500 -1.16%)은 내부 관리 체계를 전면 정비했다. 지난해 3월부터 외부 식품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식품안전 자문단'을 발족시켜 모든 공장과 물류센터, 협력사까지 전문가의 시각에서 상시점검하고 있다. 종합방제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식품안전 자문단의 성과다. 이물질 검사기를 자체 개발해 검색기 성능도 업그레이드하고 설비표준화도 전개했다.


농심은 또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을 연내 전 공장에 도입해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식품안전 체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청도에 식품연구소도 올해 개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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