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 재벌회장님, 주식대출금리는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김명룡 기자 2009.03.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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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회장 4%대 초반… 사세·신용도 등에 따라 차등

수천억대 부호인 재벌 총수들의 금융기관 대출 사실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총수들은 대출 금리 조건까지 공개했다. 총수 일가와 오너들은 대개 5 ~ 6%대의 대출금리를 적용받았고 그룹 규모와 최근 상황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4%대 초반 대출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두산그룹 일가지만 형제들인 박용곤-박용성 회장 등과 달리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향토 기업인으로 최근에는 정치권과 금융기관에 돈을 뿌렸다는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4%대 초반의 금리로 돈을 빌렸다. 박 회장은 경남은행에 휴켐스 120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4.35%의 대출 금리로 150억원을 대출받는 계약을 맺었다. 박 회장은 이밖에 한국증권금융, 삼성증권 등과도 7%대의 금리로 대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대출 금리가 공개된 대부분의 기업인이나 총수의 특수관계인들은 대개 5 ~ 6%대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우리은행에 대한항공 주식 6만여주를 맡기고 5%대 초반의 변동금리(CD+2.6%)로 일반자금 대출을 받았다. 현재 CD금리는 2.4 ~ 2.5%대여서 5%대 초반이지만 CD(91일물)금리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여서 조만간 4%대 후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오너 일가로 지난 2007년 코스닥 기업 투자로 이름을 알렸던 구본호씨의 주식 담보 대출 조건은 CD+4.32%로 나타났다. 6%대 후반 금리다. 구씨는 레드캡투어 230만주를 하나은행에 맡기고 34억원을 대출받는 계약을 지난해 말 체결했다.
KCC그룹의 오너 일가인 정몽진 회장 등은 KCC 주식을 외환은행에 맡기고 6.53 ~ 6.99%의 금리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에서는 조 회장의 자녀들과 구씨의 대출 금리가 차이가 나는 것은 담보(주식)로 제공된 기업의 규모와 개인별 금융 거래 실적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금리 수준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두산 (169,200원 ▲3,200 +1.93%)그룹 오너 일가도 대출 조건에서 차이를 보였다. 박용곤 명예회장과 박용성 회장 등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을 상대로 돈을 빌린데 비해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은 상호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저축은행의 금리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것을 감안하면 담보 대상 주식의 가치 면에서 차이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용오 회장은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공개 과정에서 형제들(박용곤-용성-용현 회장 등)과 불편한 관계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지며 보유 중이던 두산 보유 주식도 처분했었다.


이밖에 증권사에 주식을 맡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윤석민 태영 부회장은 7%대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이웅열 회장은 지난 4일 주식담보대출을 계약 10여일 만에 상환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와 기업인들의 대출은 대개 일반자금 대출 형식으로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주식 매입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산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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