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근, 박연차 돈으로 해외 아파트 구입

대검 중수부, 박 회장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속도

정대근 전 농협회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돈으로 해외에 호화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250만 달러를 건넨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는 등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정 전 회장이 2007년 6월 박 회장에게 250만 달러를 받아 아들의 홍콩 아파트 구입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나머지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구속기소한 정 전 회장의 여죄 수사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해외 계좌에 250만 달러를 은닉한 단서를 확보하고 이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추적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의 해외 계좌에서 발견된 250만 달러는 박연차 회장이 건넨 돈"이라며 "정 전 회장은 이 중 150만~200만 달러를 아들의 홍콩 아파트 매입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회장이 농협의 휴켐스 인수 대가로 이 돈을 건넸으며 앞서 건넨 20억 원과는 별개의 돈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박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박 회장이 2006년 2월 중순 정 전 회장을 서울 모 호텔에서 만나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공판에서 "20억원을 건넨 것은 맞지만 휴켐스 인수와는 관련이 없었고, 평소 농협을 위해 일한 정 회장을 돕자는 뜻 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운영하는 태광실업은 2006년 5월 농협이 보유한 휴켐스 주식 중 46%를 1770억원에 인수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6월 본계약에서는 18%(322억원)나 가격을 깎은 1455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박 회장을 지난주부터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데 (로비관련 수사가) 어디까지 번질 지 알 수 없다"며 "지금의 수사는 씨를 뿌리고 그림을 그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 정·관계 인사 상당수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