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家, 현대상사 다시 찾을까

더벨 박창현 기자 2009.03.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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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명분'과 '실리'사이 고민

이 기사는 03월12일(08:3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범(凡)현대가에게 현대상사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옛 현대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 한 상징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1976년 설립된 현대상사 (21,850원 ▲400 +1.86%)는 중공업과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한 현대그룹의 수출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가 성장한 만큼 현대상사의 매출도 급성장했고 1999년에는 매출액이 38조원에 육박했다.

현대와 한 몸이나 다름없던 현대상사는 2000년 '형제의 난'으로 현대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회사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2003년 해외법인 부실이 심화되면서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게 됐다.



최근 옛 현대계열사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현대상사가 경영정상화를 이루면서 M&A 매물로 나왔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범현대가가 인수전에 참여할지에 쏠리고 있다.

현재 범현대 계열인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KCC, 현대상선 등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성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개별 후보들이 현대상사를 인수해 거둘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높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이미 자체 해외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고 KCC는 내수 시장이 전체 매출 비중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무역회사를 인수해도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종합상사의 무역 담당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해운업체인 현대상선이 거둘 수 있는 이점도 크지 않다.


결국 이들 후보가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실리보다는 '현대가 재건'이라는 명분을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과 현대중공업, KCC 등 평소 우호관계에 있는 세 회사가 단일후보를 내세워 M&A에 참여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이들 범현대가의 자금사정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인수전 참여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들어 2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장기불황을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년 간 회사채를 한 번도 찍지 않았던 현대중공업조차도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역시 세계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달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모습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현대가 기업들 역시 침체된 시장상황 탓에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리를 취하기 위해서는 현대상사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현대상사 인수전은 현대건설, 하이닉스(옛 현대전자) 등 현대 계열사 M&A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범현대가 내에서도 최적의 선택을 위해 많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분과 실리 중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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