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한국 예멘, 정부는 '사후약방문'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09.03.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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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숨지면서 여행경보제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행경보제도에 대한 첨예한 논란이 벌어졌던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이후에도 여행경보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교통상부에서 운영 중인 여행경보제도는 모두 4가지. 위험도가 높은 순서대로 금지-제한-자제-유의로 구성돼 있다.



여행경보제도 4단계인 여행금지국은 현재까지 모두 3개국이 지정돼 있다. 전쟁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이라크, 내정 불안과 함께 해적 출몰이 잦은 소말리아, 그리고 한국인의 상대로 한 피랍 사건이 발생했던 아프가니스탄이다.

이들 지역은 원칙적으로 방문이 금지돼 있고, 이미 체류하고 있는 경우에도 즉시 대피하거나 철수해야 한다. 다만 취재 등 급한 용무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외교통상부장관의 허가를 얻어 방문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3단계인 여행제한국이다. 정부는 지역에 따라 총 19개국의 여행제한국으로 지정해둔 상태다. 팔레스타인과 차드처럼 국가 전체가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고, 이번에 폭발사고가 발생한 예멘처럼 일부 지역별로 지정돼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관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욱이 지난 2006년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출입국신고서를 폐지하면서 여행제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순전히 여행객 개인의 책임 하에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예멘 관광객들을 유치한 테마세이여행사의 '예멘&두바이 10일' 여행 패키지 설명서에도 예멘이 여행제한국으로 묶여 있다는 설명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관광객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여행제한국에 여행 중인 국민들에 대해 "가급적 여행을 삼가하고, 현지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귀국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도 단순히 '권고'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여행객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행제한국 여행객의 정보를 정부가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예멘 전 지역을 여행제한국으로 확대 지정하고,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건대책본부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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