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름잡던 '보톡스' 잡는다

오창(충북)=김유경 기자 2009.03.1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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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샌드위치기업을 찾아서] (2) 메디톡스 : 보톨리눔 독소로 고성장

글로벌 위기속에서 빛을 발하는 기업들이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일본과 중국 기업에 '품질'과 '가격'으로 치여있던 국내 기업들이 환율 급등을 계기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른바 역(逆) 샌드위치의 기회를 살리고 있는 것. 머니투데이는 위기를 기회로 일구는 기업들의 현장을 찾아간다.【편집자주】

1그램으로 100만명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는데 성공, 최근 고성장에 신바람난 기업이 있다. 보톨리눔 독소 제제 완제품인 메디톡신 개발제조업체 메디톡스 (198,000원 ▲8,700 +4.60%)다.



세계 주름잡던 '보톡스' 잡는다


보툴리눔 톡신은 주로 상한 통조림에서 생기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신경독소 단백질이다. 이 독소가 연예인 등의 주름개선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면서 대박 상품이 됐다.

보톨리눔 독소 제제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전세계에 단 4곳 뿐. 메디톡신이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으로 당시 영업이익은 15억원에 불과했다. 2007년에도 1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급증했다. 순이익은 2007년 15억원에서 2008년에는 4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체 매출액 17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2006년 8%에서 2007년 중국 BTXA를 제치고 18%를 차지했고, 2008년에는 26%로 껑충 뛰며 프랑스 디스포트 마저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미국 알러간(Allergan)사의 보톡스는 2007년 44%에서 2008년 38%로 줄어들었다. 올해 메디톡신이 보톡스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세계 주름잡던 '보톡스' 잡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아 수출도 활발하다. 해외에서는 뉴로녹스라는 브랜드로 30~40개국에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수출비중이 65%로 최근 환율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인도, 홍콩 및 태국에서 품목등록을 완료하는 등 해외 등록이 가시화되고 있어 더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사진)는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품질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도 한몫을 했다고 답했다. 메디톡신은 미국, EU제품에 비해 뒤지지 않는 품질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타사대비 80% 수준의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보툴리눔 제제는 맹독성 물질이므로 BL3라는 특수 건물 내에서 제조해야 하며 한 병에 주입되는 원료의 양이 나노그램(nano gram) 수준이어서 생산기술을 단시일 내 획득할 수 없는 데다가 국가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위치한 생산공장은 공기 유입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사람들이 드나들 때 한 장소에서 두 개의 문을 열지 않도록 하는 등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었다. 또 압력의 차를 이용해 실험실 등의 공기는 정화되어 밖으로만 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생산과정에서 분량 판정이 난 제품들은 완전히 폐기하는 등 치밀했다.

메디톡스는 세계 4번째로 상업화에 성공한 후발업체지만 정대표의 보톨리눔 독소 연구개발 기간은 22년에 달한다. 이 기간동안 축적된 상당한 연구개발력을 통해 향후 개선된 의약품들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새로운 제품이 나온다면 향후 세계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비아오스타 사업'으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현재 전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에 1만7820㎡(5400평)의 부지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시설 구비 비용으로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보톨리눔 독소는 원래 사시를 치료하기 위해 만든 의약품"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피부미용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해외처럼 안검경련, 뇌성마비 등 신경질환 치료제로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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