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오비맥주 매각..'기싸움' 팽팽

원종태 기자, 박희진 기자 2009.03.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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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탈락" 보도에 롯데 의아...'언론 플레이' 인듯

2조 원대 빅딜인 오비맥주 기업매각을 둘러싸고 매도자인 인베브와 유력 인수후보자간의 '기 싸움'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베브는 롯데그룹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와 콜버그크라스로버츠(KKR)만을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함께 오비맥주 매각금액이 20억 달러 이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인베브나 매각주간사 JP모간 등 극소수 관계자만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내용의 외신 보도가 나오자 롯데그룹은 "인수전 탈락 통보를 공식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며 의아해 했다.

◇매각 이해당사자, 첨예한 '기 싸움'



주류 및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과정에서 롯데그룹을 자극하며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외신에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두산주류를 인수해 이미 소주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오비맥주까지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게 인베브 측의 계산"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정작 협상테이블에서는 인수가격을 보수적으로 제시하며 인베브와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롯데 배제론'이 제기되는 상황인데도 롯데그룹은 느긋한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비맥주 노조가 실사를 막고 저항하고 있어 인수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류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매각에서 사모펀드가 오비맥주를 인수한다고 해도 3~4년 후 해당 사모펀드가 다시 오비맥주를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며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롯데가 한발 빼고 3~4년 후를 노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현재 상황선 인수가격 20억 달러 비싸다" 분석도



인수가격도 매각의 관건이다. 증권업계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2조 원대에 달하는 오비맥주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 매각은 무엇보다 가격조건이 핵심"이라며 "그러나 현재 금융 및 증권시장 상황을 볼 때 오비맥주 매각가격은 20억 달러도 비싼 편이다"고 밝혔다.

국내최대 맥주업체인 하이트맥주(지난해 시장점유율 58.2%)의 시가총액이 1조2000억 원 선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41.8%인 오비맥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2조원이상 주고 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자칫 인수자로 결정되어도 '승자의 저주'(과도한 비용을 지급하며 기업을 인수해 겪는 후유증)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비맥주의 에비타(EBITDA, 세금이자차감전이익)를 2000억 원 정도로 추산할 때 현재 인수자금 조달금리가 10%인 것을 감안하면 2조원에 인수할 경우 매년 이자 갚기에도 빠듯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보장 등 노조 변수도 주목

'일자리 만들기'가 국가 화두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인베브가 고용승계에는 관심이 없고 매각차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점도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둘러싼 오비맥주 노조 움직임도 주목된다. 오비맥주 노조는 "인베브가 고용승계 등을 보장하지 않은 채 매각을 추진해 자칫하면 직원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며 "오비맥주를 인수해 지금까지 수 천 억 원 이상 챙겨온 인베브가 기업 매각 시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은 최소한의 배려"라고 했다.

오비맥주 노조는 "고용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인수후보자들의 기업실사를 저지 하겠다"며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무단으로 실사를 강행하거나 제3의 장소에 실사를 할 경우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 노조는 먼저 오는 16일부터 하루 2시간씩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기 싸움과 노조 갈등이 예고된 오비맥주 매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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