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필립스 한국닛산 사장 "위기엔 팀플"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3.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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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터뷰]주한미군 출신 '친한파'.."불황일수록 직원 만족도 ↑, 고객서비스 ↑"

아기자기한 사무실 곳곳에는 가족사진이 가득했다. 액자에는 20년 전 주한미군으로 근무할 당시 결혼한 한국인 아내와 두 아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국닛산으로 발령났을 때 아들들이 엄마나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주유소에서 세차를 하더라도 한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렉 필립스 한국닛산 사장 "위기엔 팀플"


취임 3년째를 맞은 그렉 필립스 한국닛산 사장(사진)은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대화를 시작했다. 한국 직원들처럼 똑똑한 동료들은 어디를 가도 만나기 어렵다는 그는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강조했다.

한국어로 "7공주파"(여직원이 많은 팀을 지칭)라며 별명을 부르고 CEO지만 부하직원과 거리낌 없이 농담도 주고받는다.



유례없는 경기불황에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한국닛산은 이처럼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불황일수록 고객을 잡아두는 서비스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고객서비스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가 국내에서 고객서비스 3위에 드는 성과를 거둔 것도 전세계 닛산지사를 대상으로 한 직원만족도 조사에서 한국닛산이 항상 1등을 하기 때문이라고 필립스 사장은 설명했다.


한국닛산은 이달부터 '닛산'과 '인피니티'로 나눠져 있던 세일즈마케팅부문을 통합했다. 위기상황을 맞아 빠른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세일즈마케팅팀에 '프로세스트레이닝' 담당부서를 신설했다. 경기침체일수록 고객관리서비스는 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이 전시장에 전화문의를 하는 순간부터 방문, 구매, 애프터서비스까지 전과정을 관리·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활기찬 사내 분위기와 별개로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경제상황은 닛산에도 큰 짐이 된다. 필립스 사장은 "환율 때문에 중소형차들을 국내에 들여오고 싶어도 가격책정이 안돼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닛산은 지난달 16일 중형세단 '알티마'를 출시한 데 이어 올 여름 슈퍼카 'GT-R'와 인피니티 최초의 컨버터블 모델 'G37 컨버터블'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신 스포츠카 모델 '370Z'도 연내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알티마'를 제외하고 스포츠카에 집중돼 있어 주력모델 'G37' 세단을 받쳐줄 중소형 라인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닛산은 지난 2월 'G37' 세단(91대)을 비롯, 311대(인피니티 포함)를 판매해 국내 수입차업체 중 5위권을 달리고 있다.



필립스 사장은 "지금은 경제상황 때문에 힘들지만 한국소비자들이 '큐브'와 '마츠'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후 우선 출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래형 자동차로는 '전기자동차'(EV)가 주력이다. 토요타나 혼다 등 경쟁업체에 비해 하이브리드카 기술이 상대적으로 뒤지는 닛산은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배출가스 제로 차량을 유럽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덴마크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과 충전시스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한국시장에도 빠른 시일 내에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가 현재의 불황에서 미래 비전까지 훑고 지나갈 즈음 그에게 한국차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직업군인(대령 예편)으로 과거 한국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김치찌개를 즐겨먹는 '친한파'다.

"'제네시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차가 신뢰도, 내구성 등 여러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했어요." 필립스 사장은 한국말과 익살스런 제스처를 섞어가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만 "한국사람들은 정말 재능 있는데 한국 자동차기업은 위계질서와 보고체계가 너무 긴 것같다"고 조심스레 아쉬운 점을 밝혔다.

인터뷰 도중에도 함께 한 직원들과 종종 농담을 나눌 정도로 '화합과 스마일'의 리더십이 돋보인 필립스 사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개인일 때 우리는 똑똑하지만 뭉치면 천재가 된다"(Individually we are smart, collectively we are genius)는 문구로 정리했다.



"위기일수록 강하게 뭉쳐 자유롭게 의사를 펼치며 일하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이 불황이 끝을 보일 때쯤 필립스 사장의 팀플레이 경영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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