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락, 철강업계 최대 수혜주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3.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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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철강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당장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수입 때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환율 하락이 가격인하 압력과 조선·자동차 업체 등 거래선의 수출 부진을 불러와 철강업계에 더 큰 어려움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0.5원 하락한 147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1568원) 이후 4거래일 무려 97원(6.2%)나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이미 고점을 찍고 내림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올초 고환율의 효과로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환율 하락론에 무게를 싣는다.



환율 하락은 단기적으로 철강업계에 호재다. 우선 우리나라 철강사들의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석탄, 슬라브 등이 대부분 수입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원자재 값 부담도 그만큼 떨어진다. 최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철강업계에는 희소식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은 수혜를 본다"며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반면 수출 비중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 환율 하락의 최대 수혜주는 동국제강이다. 고철, 슬라브 등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제품을 대부분 국내에서 소화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동국제강 (8,310원 ▲30 +0.36%)의 경우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연간 세전이익이 약 200억원씩 늘어난다. 연평균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에는 세전이익이 최대 2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동국제강의 지난 2007년 세전이익은 3039억원이었다.

포스코 (377,000원 ▲2,000 +0.53%)의 경우 원/달러 연평균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세전이익이 약 7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이 100원이 떨어지면 최대 7000억원의 세전이익이 추가로 발생한다.

현재 포스코 등 세계 철강 메이저들과 브라질, 호주 등 광산업체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철광석, 석탄 등 철강 원재료 가격 협상도 관심거리다. 4월 선적분부터 철광석, 석탄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경우 6월부터는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한편 철근시장에서 중국업체들과 경합하는 현대제철 (28,850원 ▼250 -0.86%) 등의 경우 환율 하락이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 환율이 떨어질 경우 원화로 환산한 중국산 철근의 가격도 떨어지기 때문에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철근 가격을 추가로 낮춰야 하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환율 하락이 국내 철강업계 전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환율이 떨어져 조선,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이 줄어들면 주요 원자재인 철강제품의 수요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중 삼성증권 기초산업파트장은 "환율 하락이 단기적으로 철강업계에 호재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수입산과의 경합 과정에서 가격인하 압력을 높이고, 조선·자동차 업체들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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