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선 두산 오너 "위기의식 절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03.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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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등 日도 오너 경영 강화 움직임..시민단체 행보 등도 고려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두산 등 계열사 이사회에 대거 포진하는 것과 관련해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발현된 결과로 해석했다. 또 오너 중심의 책임 경영이 강화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문 경영인의 재량은 인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두산 (232,500원 ▲8,500 +3.79%)은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현 두산건설 (1,240원 0.0%)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22,450원 ▲1,700 +8.19%) 사장 등 오너 일가 3명을 동시에 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주주총회 안건을 내놨다. 박지원 사장의 아버지인 박용곤 명예회장(박두병 선대회장의 장남)과 박용성(2남)-용현(4남) 회장은 형제간이다.



이 같은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될 경우 15명의 이사진(사외이사 8명 예정) 중 사내 이사 7명 중 5명이 오너 일가가 된다. 이들 3명 외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정원 두산 부회장이 이미 이사회에 포진해 있고 나머지 2명은 이재경 두산 부회장,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몇 년전 불거졌던 그룹 비자금 문제 등 여러 잡음 등을 고려할 때 평상시라면 박용성 회장 등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운용사 사장은 “박용성 회장이 사면과 대한체육회장 선출 등으로 명예를 회복하긴 했지만 그룹내 비리로 법적 처벌을 받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과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마찰을 빚었던 시민단체 등의 올해 주주총회 활동 계획이 두드러지지 않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목소리가 잦아든 것도 오너 전면 배치의 또다른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상징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책임 경영이 강화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일단 우세하다. 일본도 도요타 자동차 오너 일가가 사장으로 등장했고 경차업체 스즈키도 70대 후반의 오너 일가가 사장으로 나섰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경남기업이 그룹 총수를 등기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두산그룹도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아 그룹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앞으로는 대주주들이 이사회에 직접 참여함에 따라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주주 가치 제고 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지주사 전환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높아지고, 핵심 사업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투명한 지배구조가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도 “일부 사업부문 매각 등 주요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해당 작업이 속도를 낸다면 순차입금이 줄고 사업지주회사로서 자체 사업 현금흐름 창출능력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운용사의 팀장은 "두산의 전문 경영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오너들의 책임경영 의지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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