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앞 주유소가 비싼 이유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3.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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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에 덜민감한 국회의원 관용차량이 주고객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주유소는? "강남구 ㅇㅇ주유소"라고 대답하면 틀렸다.

9일 기준 전국에서 가장 휘발유 가격이 비싼 주유소는 제주도 추자면 영흥리에 위치한 한 주유소로 휘발유 가격이 ℓ당1845원이다. 추자도는 제주도와 진도 사이에 있는 섬으로 운송비가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추자도 주유소를 제외하고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주유소는 어디일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앞 주유소다. 이곳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96원. '금싸라기 땅'이라는 강남구의 휘발유 평균가격인 ℓ당 1676.17원(9일 기준)과 비교해도 ℓ당 100원 이상 비싸다. 서울지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가격 ℓ당 1602.10원에 비해 20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경기 침체로 가격할인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셀프주유소로 몰려드는 판인데 이 주유소는 이토록 높은 가격으로 주유소를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다름 아닌 주요 고객들의 특성 때문이다. 이곳에서 기름을 넣는 차량들 대다수가 기름값에 민감하지 않은 국회의원 관용 차량이다.



국회의원들은 세비와 별도로 차량유지비 월 35만8000원과 차량유류비 월 95만 원을 받고 있다. 95만 원 이상의 유류비용이 지출될 경우 국회의원이 차액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사무처에서 별도로 추가 유류비를 신청해 지원받을 수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95만원 정도면 유류비로는 충분하지만 부족하면 영수증 첨부 등의 절차를 거쳐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다만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모든 추가금액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 주유소는 '푸짐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6만 원 이상 주유시 외부 세차는 물론이고 내부 세차도 해주고 쿠폰을 발행해 와인과 도자기 그릇세트 등을 제공한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의원 차량 운전기사들이 세차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의사당 앞 주유소에 가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주유는 기사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평균보다 ℓ당 200원 가까이 비싼 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경우 대형차의 연료 탱크가 70~80ℓ인 것을 감안하면 1 회당 1만5000원 이상의 세비가 더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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