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빚, 中企가 부담 '불평등계약'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3.1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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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상환청구권' 논란

한국은행이 2001년에 도입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하 외담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외담대 계약이 대기업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힘없는 중소기업에 전가,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막는다는 당초 취지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썰물로 부작용 나타나"=외담대는 구매기업(대기업)이 전자방식으로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판매기업(하청업체)이 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만기일에 대기업이 은행에 대출금을 갚는 금융상품이다. 어음 발행을 줄이고 납품업체의 현금흐름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외담대를 갚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은행이 외담대를 받은 하청업체에 상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상당수 외담대에는 대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하청업체가 책임진다는 조건(상환청구권)이 붙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일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연체가 1건도 없던 외담대를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나왔다"며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신 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제도상 중소기업은 일단 대출금을 대신 갚은 후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평등한 상환조건"=금융권은 대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이 이를 우선 부담해야 하는 '상환청구권'을 외담대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외담대는 계약조건에 따라 상환청구권 행사 대상이 달라진다. 이 제도 도입 초기엔 중소기업에 상환청구권을 두지 않는 대기업이 더 많았다. 상환부담을 중소기업에 넘기지 않으면 현금성 거래로 인정돼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법 개정과 함께 세제혜택이 중소기업간 거래로 제한되면서 대기업들이 상환청구권을 중소기업에 넘겼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권은 16조원 규모의 외담대 중 30%가량만 중소기업이 상환부담을 지지 않는다고 추정한다.


◇개선방안은=금융권에선 외담대의 상환부담을 중소기업에 넘길 수 없도록 하거나 세제혜택 대상에 다시 대기업·중소기업 거래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표적 어음대체 결제수단인 '기업구매전용카드'나 '구매론'은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상환을 청구할 수 없게 돼 있다.



'기업구매전용카드'는 은행·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해 구매업체(대기업)와 납품업체(중소기업)간 상거래대금의 결제를 대행하는 제도다. '구매론'은 금융기관이 구매기업을 대신해 대출한도에 따라 납품기업에 하도급대금을 미리 지급하고 만기일에 구매기업이 대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정작 외담대를 도입한 한은은 제도 보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상환청구 조항을 없애는 데 대해 "제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반대하는 것. 금융권 임원은 "한은의 우려대로 제도가 위축되더라도 중소기업을 구하는 것이 더 우선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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