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M&A·줄기세포?...백약이 무효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3.1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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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1.2%↓, S&P 또 '최저'...곳곳에 '암울한 경고'

미 증시가 지난주말 후반의 반등 시도를 이어가지 못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경기지표나 재료가 뜸한 가운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억눌렀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79.89포인트(1.21%) 하락한 6547.05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6.85포인트(1.00%) 내려간 676.53을 기록, 1996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나스닥지수 역시 25.21포인트(1.95%) 떨어진 1268.64로 장을 마쳐 2002년 10월 이후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지난주말에 이어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3대 지수는 오전중 일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 증시 하락을 주도해온 금융주에 저가매수가 집중되면서 한때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오후들어 탄력을 잃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이날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경제가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고 경고 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다.



세계은행도 "올해 전세계 경제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전세계 교역 규모 역시 1929년이후 8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링플라우(SGP)가 머크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바이오 관련주에서 굵직한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줄기세포 정부지원을 허용한 점 등이 관련 업종에 호재가 됐지만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지배하지는 못했다.

◇ 대형 바이오 M&A, 줄기세포 호재도 역부족


월가에 모처럼 대형 인수합병(M&A) 성사 소식이 봇물을 이뤘다.
미 대형 제약사 머크는 경쟁사인 셰링플라우를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3.61달러로 총 매매금액은 411억달러이다.
지난주말 종가대비 34% 프리미엄을 인정한 것이다. 셰링 주가는 전날에 비해 14% 급등한 20.13달러를 기록한 반면 머크 주가는 인수부담으로 인해 7.7% 하락했다. 다우 구성종목인 머크의 약세가 지수부담이 됐다.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의 미 바이오제약업체 제넨텍 잔여지분 인수도 성사를 눈앞에 둔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에 따르면 제넨텍 이사회는 로슈에게 주당 95달러에에 잔여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6%지분을 인수하고 있는 로슈는 지난달말 제넨텍에 457억달러(주당 93달러)에 나머지 44%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한바 있다.
당시 하지만 제넨텍 이사회는 인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부하는 한편 주당 112달러로 인수가를 올려줄 것으로 요구했다.

제넨텍 주가는 2% 오른 92.63달러로 마감했다.

다우케미컬과 롬&하스 인수도 합병을 둘러싼 진통이 해소될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두 회사는 이날로 예정돼 있던 합병관련 소송 공판을 연기해줄 것으로 델라웨어 법원에 요청했다.



이는 두 회사가 분쟁을 종결짓고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롬&하스 CEO 라지 굽타 회장은 이날 합병 타결 관측을 부인했다.

합병성사 관측으로 롬&하스 주가는 전날에 비해 16% 급등한반면 다우케미컬은 11% 급락했다. 합병에 대한 엇갈린 보도로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이날 오후 두 회사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8년간 금지해 온 배아줄기세포 연구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가능해졌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템셀 주가가 43.5% 폭등한 것을 비롯, 제론, 어브벤스트 셀테크놀러지 아스트롬 바이오 사이언스 등 줄기세포 관련주가 10%대에서 30%대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이들 벤처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1달러 전후로 시가총액이 미미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융주 중에서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모처럼 20% 폭등한 3.75달러를 기록했다. 씨티는 2% 상승에 그쳤고 J.P모간은 0.2% 약보합이었다.



포드자동차는 UAW가 퇴직자 의료혜택 부담 축소 방안 합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으로3% 상승했고, GM은 15% 급등했다.

구글 주가는 전날에 비해 5.7% 하락한 290.89달러로 종가기준 300달러가 또다시 무너지며 나스닥 약세를 이끌었다.

◇유가 2개월래 최고, 엔화 추락지속



감산논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7달러를 넘어서며 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56달러(3.4%) 상승한 47.08달러로 마감했다.

미 증시의 초반 강세 여파까지 겹치면서 장중 한때 7%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48.83달러에 도달,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미 증시가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늘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갖고 추가감산을 논의할 예정이다. OPEC의 압달라 엘 바드리 사무총장도 이날 "일일 80만배럴의 추가 감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에너지부가 외환보유고 일부를 원유 등 전략 상품 구매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수요 증가 전망을 확산시켰다.

일본이 13년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엔화가치가 주요통화대비 약세를 보였다.



오후 4시8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0.53% 상승(엔화가치 하락)한 98.79엔에 거래됐다.

일본의 1월 경상수지는 1728억엔 적자를 기록,1985년 1월 현행 통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1월 구직자 1인당 일자리수는 0.67개로 전월(0.73개) 대비 0.06개 감소했다.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실업률은 4.4%에서 4.1%로 소폭 감소했지만 실제로 고용시장은 더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39% 하락(달러가치 상승)한 1.260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2.1% 급등했다.

6개국 주요 통화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DXY는 전날에 비해 0.56% 오른 89.01을 기록,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수요 증가를 반영했다.

◇ 사방에 우울한 경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경제가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며 "경기 회복을 위한 노력은 인플레이션을 높일 뿐"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도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세계 경제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전세계 교역 규모 역시 1929년이후 8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전세계 경제는 잠재 성장률보다 5% 떨어지고, 개발도상국들 마저 경제 위축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증시와 경제에 대한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 증시가 추가 하락, S&P500 지수가 600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시카고 옵션거래소 주최로 캘리포니아 다나포인트에서 열린 위기관리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S&P지수가 지난주말 종가보다 12% 추가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루비니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뒤 S&P500 지수가 5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밝혔다.



루비니교수는 S&P지수 구성 500개 기업이 올해 주당 50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주가수익비율이 12배 선에서 거래된다는 전제아래 이같이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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