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금속, 석연찮은 BW 발행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3.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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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투자사, 투기등급 社債 덥석 투자… 증권가 내막 의심

코스피 상장기업인 현대금속 (0원 %)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한 외국계 투자회사가 최근 50억원 규모의 BW를 주식으로 전환해 장내 매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금속은 5년간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하는 적자기업인데다 BW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여서 원리금 상환마저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외국계 투자회사는 과감히 이 회사 BW에 '베팅'한 후 주가 상승을 발판으로 삼아 주식 전환 후 곧바로 팔아 짭짤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자금난을 겪던 현대금속이 BW를 통해 운영자금을 수혈 받은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시점에 맞춰 호재를 부각시켜 탈출을 도와주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25일 총 51억3000만원 규모의 BW(46회차)에 투자했던 미국계 투자회사 'OZ매니지먼트엘피'는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BW 행사를 통해 보통주로 전환, 장내 매도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10일부터 26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12억5000만원어치를 주식으로 바꿔 모두 장내에서 팔았다.



현재 남아있는 BW 미상환 금액은 29억8000만원. OZ매니지먼트엘피는 조만간 전량 주식으로 전환 후 장내 매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BW는 지난달 15 거래일 중 10일 이상 액면가를 밑돌아 채권 만기 전에 원리금을 갚도록 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다. 연 6% 이자를 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OZ매니지먼트엘피는 이를 포기하고 최근 주가 상승을 노려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 실현에 나선 상황.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BW 신용평가를 맡았던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는 "원리금 지급능력이 결핍돼 투기적이며 불황기엔 이자지급이 확실하지 않다"며 투기등급으로 판정했다.


또 문 잠그는 장치 '도어록' 제조사인 현대금속은 건설경기 침체와 경쟁력 저하 등으로 최근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만큼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성장 동력도 불분명한 상태였다.

이런 기업의 회사채에 선뜻 투자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다만 투자자는 BW의 신주 인수가격인 500원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되기만 하면 주식전환을 통해 차익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발행사인 현대금속은 적정 주가를 유지시켜 줄 경우 가뭄에 단비 같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투자자와 '윈윈'할 수 있는 구조.



실제로 현대금속은 지난해 6월 계열사인 조선 기자재 업체 '바칠라캐빈'과 합병했고 그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같은 주가를 띄울 수 있는 호재성 루머가 흘러 나왔다. 또 BW 투자자인 OZ매니지먼트엘피가 다른 투자자와 같이 현대금속을 인수한다는 소문도 업계에 돈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중순 한국거래소로는 현대금속에게 주가 급등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1월말 400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2월들어 큰 폭으로 상승, 2월17일 종가 695원까지 2배 이상수준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후 OZ매니지먼트사의 물량처분과 궤를 같이해 하락세를 보였지만 대체로 600원 이상 범위에 머물고 있다. 9일 종가도 10원 하락한 615원이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자는 "현대금속은 자체 사업으로 현금을 창출하기 버거운 구조인데 이런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한다는 건 주식 전환에 따른 매매차익만 노렸던 것"이라며 "발행사가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적정 주가 유지를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는 한 BW 발행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BW 행사 매물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금속의 구조조정 컨설팅을 담당한 장성환 지엘에셋 상무는 "도어록 부문은 최근 흑자 전환을 하고 있고 곧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1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 유치도 성공하는 등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며 "이런 차원에서 OZ매니지먼트엘피도 투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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