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우려만큼 나쁘지 않다"

더벨 문병선 기자 2009.03.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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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법무 파워 엘리트]⑦법무법인 충정 박상일 대표 변호사

이 기사는 03월05일(17: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토종 로펌이면서 고객 중 절반이 다국적 기업일 정도로 글로벌화 된 법무법인 충정은 80여명의 변호사들이 인수합병(M&A), 금융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상위 로펌이다.



제약 및 의료 분야가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고 외환위기 이후부터 국내 주요 메가 딜에 빠짐없이 참여해 온 M&A 시장의 숨은 강자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충정이 주도해 성사된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사업 부문 매각 딜은 'M&A 시장의 바이블'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박상일 대표 변호사(51)는 시장 전망에 대해 "우려만큼 나쁘지 않다"며 "10년 전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한 것보다 더 바닥으로 내려가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사실 주요 메가 딜은 인수금융 경색으로 '동면'에 들어간 지 오래다. 대우조선해양 M&A는 그 한 예일 뿐이다. 특히 외환위기와 달리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쉽게 회복 시기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다만 물밑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기업은 오히려 많다는게 박 변호사의 설명. 그 일선에서 뛰고 있는 변호사의 감각은 일반인과는 다를 터. 법무법인 충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구조조정 딜과 M&A 관련 자문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박상일 대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요즘 M&A 시장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연말만 하더라도 걱정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낫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 M&A가 본격 시작됐다. 이번에도 당시와 비슷한 시기가 올지 사실 ‘우려반 기대반’이었다. 당시와 차이라면 그때는 국지적인 어려움이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안정적 투자자들이 몰려올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전세계적 문제 확산이라서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흘러가려는 자금 여유가 없다. 하지만 꽤 많은 업체들이 기존에 계획하던 투자를 진행하는 걸 보니, 전체적으로 보면 10년전과 비교해 폭발적인 증가는 아니지만 우려만큼 바닥으로 내려가는 분위기는 아닌듯하다.



-셀러와 바이어의 접점이 찾아지지 않고 있다. M&A 시장의 활성화는 언제쯤?
▶관망하는 분위기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하다. 하지만 거래는 한쪽만 원해서 되는 게 아니다.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 우려보다 나은 것이지 시장이 좋다는건 아니다. 지금의 딜도 경제 위기 때문에 생겨난 딜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딜이 깨지지 않고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올해 충정의 관심은?
▶아무래도 힘든 시기니까 구조조정 차원에서 M&A를 봐야 할 듯 하다. 성장이나 확장을 위한 게 아니라 생존 차원에 더 가깝다.

-구조조정이 올해 핵심 사업이 될 듯 하다. 충정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기업 구조조정이라는게 필요한 업무를 들여다보면 다양하다. 98년에는 인수합병 작업과 회사 정리 및 화의신청 작업 등이 구분되어서 진행됐다.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움직였다. 그때의 경험이 컸다. 이번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쪽만 하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려서 동시에 진행하는 추세다.



법무법인 충정의 구조조정 팀은 독립적 팀이 아니다. M&A, 금융, 도산 등 다양한 분야의 변호사들이 모여 하나의 태스크포스를 만든다. '구조조정 팀'이라고 할만하다. 딜의 규모에 따라 인력 구성은 유동적이다. 파트너 변호사 그리고 그 밑에 어소시에이츠 변호사가 함께 팀을 만든다.

-전체 로펌에서 충정의 위치는?
▶‘위치’의 의미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변호사 숫자로는 10위권이다. 우리 사무실의 경우 주력이 기업 고객이고 개인 고객은 적다. 그리고 기업 고객 중 절반은 외국 기업이다.

로펌 설립 때부터 외국기업이 주 고객이었다.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킴벌리 클락, 존슨앤존스 등 많은 외국 다국적 기업의 자문을 맡고 있다. 그래서 크로스보더(국경간) 딜이 많다.



로펌들 가운데 충정의 위치를 이런 다양화, 국제화, 전문화 등으로 평가한다면 충정은 4~5위권 아닐까.

-외국계 기업과 가까운 배경은?
▶우리의 전신이 ‘김장리’ 법률사무소다. 1960년도에 설립됐다. 외국 클라이언트 자문을 시작한 최초의 로펌이다. 연수원 마친 후 1983년에 김장리 들어갔다. 처음 그 회사 클라이언트가 모두 외국 기업이었다. 한국에서 법률 서비스 해줄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그 후 1993년에 김장리를 나와 법무법인 충정을 설립하면서 당시 친분이 있던 외국 기업 고객과 함께 가고 있다.

-결국 크로스보더 딜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장점은 무엇인가?
▶외국 기업은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을 때 회사 형태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자문해 온다. 기업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서비스를 해야 한다. 법무법인 충정 파트너들은 현장에서 일을 한다. 몸으로 뛰면서 배운다. 그러면서 다양한 자문의뢰를 받고 다양한 업무를 한다. 언어도 계속 트레이닝한다.



외국기업과 쌓여진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은 후배들에게 전수된다. 하루하루 업무가 하루하루 교육이 되는 것이다. 여러 변호사가 하루 아침에 모여 만들어 낼 수 없는 노하우와 경험이 축적돼 있다.

-기억에 남는 딜은?
▶M&A 건으로는 삼성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사업 부문을 스웨덴 볼보사에 매각했다. 당시 M&A 계약서는 국내 M&A 시장의 모델이 됐다. 98년부터 시작해 2000년 초 끝난 딜이다. 딜 규모로도 그 당시 가장 큰 금액의 딜이었다. 다양한 법적인 문제가 많았다.

굉장히 복잡하고 인상적인 딜로 기억에 남는다. 삼성중공업이 16개 국가에 자회사를 두고 건설 중장비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걸 모두 볼보가 가져갔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M&A 시 기업들에게 한마디 조언한다면?
▶국내 기업도 내부조직이 잘 되어 있고 사업 전략 설정 등은 세계적 수준에서 판단을 한다. 다만 자료의 관리는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비밀자료나 보전자료 등은 충분히 준비해 둬야 한다. 거래를 하면서도 어느 단계까지 자료를 공개할 지 미리 판단해 두어야 한다.

-법률적·정책적 조언이 있다면?
▶노동문제가 많이 문제가 된다. 아직 대외적으로 강성 노조에 대한 부정적 문제가 많다. 해고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 문제가 특히 크로스보더 딜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LBO 문제다. 타깃의 자산을 활용해서 파이낸스하는 것이다. 법 이론적으로는 배임일 수 있으나, 해외 LBO 거래에서 이런 거래는 많다. LBO가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M&A가 잘 돌아갈 수 없다.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나 원칙은?
▶일단 성실해야 한다. 체력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입장에서 거래를 봐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를 해야 하는 사업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객과 나를 일치시켜서 고객의 입장에서 업무를 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만 따져 하면 안되고 실용적으로 그리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객에 입장에서 실용적 자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조문 의견만 그대로 써서 주는 변호사도 있다. 로펌의 의견은 이러면 안 된다. '이러저러한 각각의 학설이 있고, 그래서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라고 고객이 원하는 구체적인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주요 경력>
-중앙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졸업(1977)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1981)
-제23회 사법시험 합격(1981)
-제13기 사법연수원 수료(1983)
-변호사 개업(Kim & Hwang)(1983)
-미국 Univesity of Chicago Law School 졸업(LL.M.)1989-1990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 합격(1991)
-법무법인 충정 설립(구성원 변호사)(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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