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베벌리힐스' 한남동 스토리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9.03.12 04:05
글자크기

[머니위크]한남더힐, 제2의 유엔빌리지 될까

지난 2월 최고 51대 1, 평균 4.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한남더힐'. 인기의 비결은 '깔세'에 있었다.

빠르면 입주 후 2년6개월이 지난 후 분양전환을 할 수 있으므로 세를 놓는다면 매년 억대의 임대소득을 챙길 수 있다.

또 하나는 한남더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유엔빌리지다. 이곳에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일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 등 재벌총수 가족들이 살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체 CEO들도 살고 있어 유엔빌리지는 그 자체로 상당한 프리미엄이 작용하는 곳이다.

한남더힐 견본주택에도 유명 탤런트와 기업체 CEO들이 다수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남더힐이 제2의 유엔빌리지가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판 베벌리힐스' 한남동 스토리


◆깔세, 임대료만 연간 억대 수준

유엔빌리지는 매매나 전ㆍ월세보다는 렌트 물건이 대부분이다. 렌트는 속칭 '깔세'라고 부른다.

보증금을 내지 않는 대신 수백만원부터 1000만원이 넘는 월 임차료를 1년 또는 2년치 선불로 내고 빌리는 조건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면적이 330㎡(옛 100평) 정도 되고 한강이 보이는 빌라라면 월 임차료가 700만원부터 15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며 "힐탑트레저 343㎡(옛 104평)은 월 1000만원, 헤렌하우스 402㎡(옛 122평)는 월 1300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이런 곳에서 2년 약정을 하면 2억원이 넘는 임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수익이 쏠쏠한 편이다.

크기가 작은 집들의 임차료도 만만치 않다. 132~165㎡의 중대형이라도 월 임차료는 보통 400만원이 넘는다.

임차료가 이렇게 높게 책정된 것은 기본적으로 보증금이 없어서다. 더 큰 이유는 임차인들이 대부분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임원이나 주한 외국대사관 직원들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유엔빌리지쪽에는 이탈리아 대사관, 이집트 대사관 등이 있으며 한남더힐 부지쪽에는 멕시코 대사관, 말레이시아 대사관 등이 위치해 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외국인 임원도 이곳에 기거하면서 월 1000만원 수준의 임차료로 2년 계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들이 유엔빌리지를 선호하는 이유는 한강조망이 좋을 뿐 아니라 지역 분위기도 서구적이고 다른 외국인도 많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남더힐은 유엔빌리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한강에서 보면 유엔빌리지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한남더힐은 전량 임대주택이지만 약정기간 후 분양전환을 하면 유엔빌리지의 임차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개시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임대의무기간의 2분의 1, 즉 2년 반만 경과하면 분양전환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남더힐의 이번 공급금액이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싸다는 것은 약점이다.

보증금만 14억~25억원에 달한다. 월 임대료는 240만~430만원선, 관리비는 별도로 월 120만~21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전세로 계산하면 비싼 곳은 28억~30억원이나 된다. 이 정도 금액이면 유엔빌리지에서 비슷한 크기의 집을 아예 매입할 수도 있다.

게다가 분양전환 시 추가로 분양전환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유엔빌리지의 헤렌하우스 3층 전용 242㎡의 올해 기준 공시가격은 16억7200만원이다.
'한국판 베벌리힐스' 한남동 스토리
◆재벌총수들의 보금자리, 유엔빌리지

유엔빌리지에는 재벌총수 일가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재벌들의 '가족타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한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집이 있다. 중앙선 철로 위쪽에 위치해 있어 한강을 바라보는 전망이 꽤 좋은 곳이다.

박삼구 회장의 집은 대지면적 562㎡에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이 집은 올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이 33억5000만원이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도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 박세창 상무가 사는 집은 전세다. 전세금은 8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집은 박삼구 회장의 집보다 안쪽에 있다. 한강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집은 2층 단독주택 하나와 2층짜리 근린생활시설 하나다. 이 집의 공시가격은 올 1월1일 기준으로 33억9000만원이다.

그 바로 옆에는 392㎡ 규모의 지하주차장이 있는 집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집 주변에는 그의 아들과 딸들이 모두 모여 있다.

우선 바로 옆에는 첫째딸 정성이 씨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층 주택을 갖고 있다. 둘째딸 정명이 씨도 2층 주택을, 셋째딸 정윤이 씨도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집이 두채다. 2층짜리 단독주택과 3층짜리 단독주택이 있다.

정몽구 회장 자택을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육안에 들어오는 일대의 집들이 거의 정 회장 일가의 소유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유엔빌리지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재벌가나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이름값이 더 높아졌다"며 "한남더힐에도 유명 기업체 CEO나 연예인들이 들어오면 유엔빌리지와 함께 이 일대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