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펀드 청산중" 운용업계 군살빼기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2009.03.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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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템플턴 등 소규모펀드 청산진행… "이제는 양보다 질"

자산운용업계의 무분별한 펀드 양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운용사들이 자발적으로 설정액 100억원 미만의 자투리 공모펀드(이하 자투리펀드)를 청산하는 등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투리펀드 청산으로 펀드의 군살을 빼면 자산운용사는 운용 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펀드 대형화로 투자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업계 전체가 이 같은 자정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투리펀드 청산해 운용 역량 강화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자산운용은 지난해 말부터 판매사 및 투자자들과 협의해 자투리펀드 해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운용사는 '도이치DWS코리아테마주식-자' 등 3개의 주식형펀드를 청산했다. 앞으로도 펀드 판매(설정) 추이, 운용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투리펀드를 해지해 나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화투신운용은 지난달 2년여 동안 운용해온 '한화업그레이드KOSIP200인덱스파생상품’ 시리즈 3개를 해지했고,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도 지난 1월 ‘템플턴글로벌밸런스혼합펀드' 시리즈 2개를 청산했다. 이밖에 알리안츠자산운용, 교보악사투신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도 지난해 말부터 자투리펀드를 청산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산운용사가 자투리펀드 청산에 나선 것은 소액펀드 수가 많아질수록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법상 자산운용사는 펀드 설정액이 1개월 이상 100억원을 밑돌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 없이 펀드를 해지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를 해지할 경우 손실이 확정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자투리펀드에 계속 투자하기 보다는 펀드 해지 후 유사한 형태의 대형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오히려 투자효과를 높이는 기회가 된다는 지적이다.

한화투신 관계자는 "통상 공모펀드 설정액이 100억원 미만일 경우 자산배분 등 운용 효율성이 떨어져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향후에도 펀드 평가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서 일정 규모 이하의 펀드들은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투리펀드 청산중" 운용업계 군살빼기


◇"선택과 집중으로 펀드 선진화해야"
국내 펀드시장은 지난 3~4년 동안 증시활황에 힘입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무분별한 펀드 양산으로 운용 효율성 등 질적인 부문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50개 자산운용사(신설운용사 제외)가 운용하는 펀드(공·사모 포함)는 총 9580개. 펀드매니저는 총 927명으로 1명당 10.3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펀드 운용의 비효율성은 자투리펀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자투리펀드는 총 3358개(공모펀드 기준)로 전체 공모펀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자투리펀드가 가장 많은 운용사는 한국투신운용으로 520개 공모펀드 중 433개에 달했고, 이어 하나UBS자산운용(407개 중 300개), 삼성투신운용(342개 중 241개), 하이자산운용(260개 중 205개) 등이 뒤를 있고 있다.

'일단 팔고 보자' 식의 펀드 양산으로 자투리펀드가 급증했지만 운용사들은 그동안 관련 펀드 해지에는 소극적이었다. 펀드 해지에 따른 고객 반발과 분쟁 가능성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자투리펀드를 그대로 방치해두는 것은 운용사는 물론 고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 선진화를 위해 이제는 상품성이 있으면서 대중화된 펀드에 운용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높여야 할 때"라며 "자투리펀드가 많은 대형 운용사들이 앞장서고 감독당국도 업계의 자정 움직임을 독려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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