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파는 미래에셋, 투자관 변했나?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03.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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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보유 오피스 매각… "경기침체 장기화 대비·유동성 확보" 분석

아파트 같은 주거용 부동산이 아닌 오피스(상업용 부동산)에는 여전히 투자기회가 있다고 밝혀왔던 미래에셋이 최근 보유 빌딩을 매각하는 등 뚜렷한 인식변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5일 미래에셋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최근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 중인 대치동 빌딩을 매각 계약 체결하는 등 보유 부동산 정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미래에셋생명도 마포 사옥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 대치동 빌딩은 885억원에 매각되는데 이는 지난해 고점보다 40% 가량 하락한 것이다. 공실률이 거의 없고 강남에서도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 있었지만 최근 기업 경기와 부동산 시세 악화 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

대치동 빌딩 장부가가 305억원으로 580억원 이상의 차액이 있지만 지난해 고점에 비해서는 300억~400억원 가량의 낙폭이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생명의 마포 사옥도 초기 매각 시도 당시에 비하면 20~30% 가량 가격이 떨어졌지만 매각 쪽으로 마음을 정한채 계속 원매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 확충이 필요했던 미래에셋생명의 상황을 거론하며 미래에셋의 부동산 매각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말 미래에셋생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900억원 가량을 투입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하반기 이에 대한 우려로 자본금 확충에 나선 바 있다. 보험사는 자산운용 구조상 저금리가 지속하면 투자할 곳은 줄어드는 반면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이 매각대금 용처를 정해놓고 판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빌딩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으로 오피스 빌딩에 대한 시각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씨티그룹 센터(샌프란시스코 소재) 매입 계약을 해제한데 이어 홍콩의 고급 주상복상시설(레지던스)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인 바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하반기 거품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골프 회원권 처분에도 나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박현주 회장은 수년 전부터 "주택에 비해 오피스빌딩(수익형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투자매력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미래에셋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부동산 투자를 늘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와 기업 실적 악화는 자연스럽게 오피스 등 상업용 건물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져 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미래에셋의 오피스 매각도 경기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상당부분 접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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