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못갚으면 협력사 책임져야
실물어음의 폐해를 줄이고 중소 하청업체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전자방식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하 외담대)이 당초 취지와 반대로 영세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계약상 대기업이 갚지 않은 채무를 이들이 대신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는 신성건설의 협력업체 90개사는 최근 W은행을 상대로 금융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외담대로 신성건설의 채무를 자신들이 고스란히 부담, 135억원의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게 이유다.
은행은 신성건설의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받은 하청업체들에 상환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대출금 연체 사실을 금융거래 전산망에 등록하겠다고 통보했다. 대부분 외담대는 계약서에 대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하청업체가 대신 책임진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은행권의 외담대는 모두 16조2642억원에 달하고 상당수 시중은행에서 W은행과 유사한 다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W은행은 신성건설 등 5개 주계약업체와 외담대 거래에서 802건, 622억원의 미결제가 발생했다.
은행권은 이 상품의 구조적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상품 자체의 문제점을 현재 검토 중"이라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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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24일 시중은행들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이달중 외담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가동 여부를 논의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외담대가 은행권 공동상품이어서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솔직히 마땅한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