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의 규제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2009.03.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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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의 규제


최근의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침체의 골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4분기의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잠정적으로 -5.6%를 기록했다. 연율로는 -20%가 넘는 하락률이다.

1월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2.3으로, 역대 최저치인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91.7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향후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외환위기 당시의 최저치인 -6.8% 다음으로 낮은 -4.5%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기침체의 골이 외환위기 당시의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아직 경기침체의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의 수입수요 감소로 인해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침체의 골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깊고, 더 길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때에는 수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경기침체에 대응할 카드가 우리에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세계 수입수요의 급감은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외생변수이다. 개별기업이나 정부가 타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재정지출 확대와 민간투자 촉진을 통해 내수의 급락을 막는 길뿐이다.



이와 관련해 1월의 경기동행지수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경기동행지수를 구성하는 8개 지표 중 건설기성액만이 플러스를 보였다. 건설기성액마저 마이너스를 보였다면, 아마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역대 최저치 이하로 내려갔을지 모른다.

건설기성액이 플러스를 보인 것은 정부가 재정을 조기에 집행했기 때문이다. 민간의 건설기성액은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는데, 그나마 정부가 공공건설에 대한 지출을 조기 집행하면서 건설기성액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재정지출에 모든 것을 다 의존할 수는 없다. 재정지출의 확대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재정지출로 인한 국가채무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독(毒)이 된다.


결국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민간투자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경기의 급격한 침체를 막을 수 있고, 그래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우리 경제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다.

민간투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건설투자이고, 건설투자의 주요 구성요소가 건축이다. 건축투자는 저소득층의 취업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듯이 건축투자에 대해서도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을 보면, 인센티브는 둘째 치고 민간의 건축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만이라도 풀어 달라고 이야기해야 할 판이다. 대표적인 예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이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의해 도입된 규제다.

높은 분양가가 재고주택의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잘못된 믿음에 근거한 제도이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주택은 정부가 싼 가격으로 택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구입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분양가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그런 명분도 없다.

지금 시장상황은 이 규제를 유지할 명분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라고 해서 경기침체의 깊은 늪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경기침체의 검은 먹구름이 부동산 시장 위로 다가오고 있다.



작년의 부동산 가격 급락 사태가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1차 충격이라면, 지금 다가오는 먹구름은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따른 2차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충격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격 급등을 전제로 도입된 규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는 지금 좌고우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투자세액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는 아니더라도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와 같이 민간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만이라도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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