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전현직 CEO, 서로 '네 탓' 꼴불견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9.03.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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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버그 , 현 경영진 사기고소 vs 리디, "그린버그도 책임"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AIG그룹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AIG의 전·현직 경영인들은 서로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은 2일 현 AIG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장부상의 표시가 부실한 데다 중대한 정보가 누락 돼 과대 평가된 AIG의 주식을 보수로 받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모리스 그린버그 ↑모리스 그린버그


그린버그는 2005년 40년 가까이 몸담았던 AIG를 퇴사할 때 성과급 등을 주식으로 받았다. 이 때 AIG가 책정한 가격에 따라 소득세를 물었는데 주가가 1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린버그는 에드워드 리디 AIG 최고경영자(CEO)가 "그린버그도 AIG 부실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자 소송에 나섰다.



리디 CEO는 "현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파생상품 관련 사업 부문을 만든 게 바로 그린버그"라고 비판했다. AIG는 파생상품 부문에서 300억 달러의 자산을 상각했다.

이에 그린버그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리디는 회사를 운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결국 정부 지원을 갚기 위해 보험부문을 매각하는 '비극'을 불러왔다"고 맞섰다.

앞서 지난해에도 그린버그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AIG의 위험관리는 내가 회사를 떠난 뒤 약화됐거나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디↑에드워드 리디
당시에도 현 경영진은 발끈했다. 리디는 "AIG는 그린버그의 감독 아래 세워진 회사이며 AIG의 보상 체계는 그의 감독 아래에서 타락해왔다"면서 "그린버그가 말한 것처럼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고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리디는 주택·자동차 보험회사인 알스테이트의 CEO를 지냈으며 지난해 9월 AIG가 정부에 지분 80% 넘길 때 AIG CEO로 임명됐다.



AIG는 지난해 4분기에 총 617억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불과 1년새 손실이 열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된 1500억달러 외에 300억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하면서 AIG의 후폭풍은 전세계 증시에 깊은 암운을 드리웠다.

이와관련,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현지시간) 상원 예결위에서 "AIG는 헤지펀드와 같이 운영돼왔다"면서 "다른 구제금융보다 AIG 지원은 나를 매우 화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AIG의 파산은 심각한 충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G의 행태로 봐서는 봐주기 싫지만 파장을 고려해 어쩔 수없는 선택이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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