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서울국제금융센터 개발권도 매각

머니투데이 조정현 MTN 기자 2009.03.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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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천억 투입 대규모 사업...서울시 동의없이 추진

< 앵커멘트 >
부실화로 국유화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AIG사가 서울시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서울국제금융센터 개발사업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제금융센터 건립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됩니다. 조정현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 리포트 >
AIG가 서울시로부터 99년간 부지사용권을 넘겨받아 건립중인 서울국제금융센터 공사현장입니다.

현재까지의 공정률은 23%로 무난하게 진행돼 왔지만 개발주체인 AIG의 부실로 개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AIG는 미국 정부로부터 천8백억 달러를 지원받는 등 부실이 심화되자 전 세계에 퍼져있는 계열사 매각에 나섰습니다.

부동산개발 자회사 AIG GRE가 보유중인 전 세계 15개 부동산 개발프로젝트가 대상으로 이 중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도 포함돼 있습니다.

AIG GRE는 이미 지난 1월 매각에 나섰지만 매입자가 나서지 않자 조만간 재매각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서울시와의 사전 동의절차도 구하지 않은 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시가 AIG에게 부지사용권을 내준 것은 글로벌금융기업을 유치해 명실상부한 국제금융센터를 조성하겠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AIG가 독자적으로 개발사업권을 아무에게나 되팔 수 없는 없다는 뜻입니다.

서울국제금융센터 개발사업에는 모두 1조 5천백40억 원이 투입됩니다.

AIG를 포함한 해외자본이 30%를 투자하고 국민과 신한, 삼성생명 등 국내 14개 금융기관이 나머지 70%를 조달합니다.



AIG가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개발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사업권 매각은 서울시와의 논의는 물론 자격조건도 충족해야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방적 매각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는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4분기에만 97조 원의 손실을 입은 회사에게 순수 투자금 천3백억 원에 불과한 사업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가 곤란하다는 속사정 때문입니다.



더구나 한국법인인 AIG코리아부동산개발은 현지 본사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적절한 대화창구를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 AIG코리아부동산개발은 "지금까지 자금 투입에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원론적 입장만을 밝힌 채 공식인터뷰는 피했습니다.

서울시 역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공사 진행 자체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낙관적인 입장입니다.



[인터뷰] 서울시 관계자
"AIG가 파산하거나 잘못 되더라도 다른 투자자들이 새롭게 이 사업을 승계할 것이고, 그 투자자들마저도 잘못된다면, 대주단, 은행단이 이 사업을 인수해서 차질 없이 추진할 겁니다."

AIG에 버금가는 국제적 금융기업이 사업권을 인수하는 게 차선이지만 글로벌금융위기 속에서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부까지 나서 여의도를 국제금융도시로 지정한 마당에 국제금융센터가 자칫 알맹이 없는 복합건축물로만 조성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MTN 조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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