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에 돈 몰린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3.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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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① '위기가 기회' 먼저 뛰는 자가 이긴다

지난 1월23일, 김종우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시장과 사무관은 국내외 펀드운용사를 대상으로 `신성장동력 투자펀드' 운용사 모집공고를 내면서 걱정이 많았다.

정부가 설립을 주도하는 다른 펀드는 보통 정부자금 비중이 40∼50%에 달하지만 신성장동력펀드는 정부 비중이 20%에 불과해 민간이 상대적으로 큰 위험에 노출되도록 설계됐다.



설상가상으로 금융위기까지 겹쳐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거액을 내놓을 곳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김 사무관은 '경쟁률이 3대1 정도만 돼도 좋겠다'며 초조해했다.

정부 계획은 올해 정부출자금 600억원에 민간투자금 2400억원을 합해 3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결성, △녹색성장 △첨단융합 △지식서비스분야의 17개 신성장동력에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운용사 신청접수를 마감한 결과는 의외였다. 공모에 2조5115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겠다며 36개 국내외 펀드운용사가 몰렸다. 금액으로는 9.3대1, 운용사로는 9대1의 경쟁률이었다. 기대를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은 결과다.

펀드 운용사들의 면면도 놀라웠다.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현대증권, 교보증권 등 국내 대표적인 증권사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일신창업투자 등 국내 대표적인 은행 및 창업투자회사가 대거 참여했다.

여기에 미국 2위와 3위의 바이오벤처 투자회사인 MPM과 버릴앤컴퍼니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6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IDG를 비롯해 홍콩계 엑셀시어캐피탈, 프랭클린펀드의 자회사 다비사모펀드 등 유명 외국계 펀드도 다수 몰렸다.


김종우 사무관은 "처음에는 과연 돈이 몰릴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어떤 곳을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신성장동력펀드의 공모 성공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발굴해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의 사업성을 민간이 높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기라고 하지만 시중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묶여 있는 자금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래 신산업에 대한 민간의 투자의지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자금이 몰리자 정부는 당초 올해 신성장동력펀드에 정부자금 6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바꿔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으로 1000억원을 확보한다면 민간자금과 합쳐 전체 펀드규모는 당초 3000억원에서 8000억원 수준으로 커진다. 이 경우 펀드운용사는 3개가 아니라 8개까지 둘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6월까지 펀드 결성을 완료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신성장동력분야 투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금융자금이 신성장동력에 몰리는 반면 올해 기업의 투자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신성장동력 확보에 필수적인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경제위기 여파로 뒷걸음질치는 실정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의 올해 R&D 투자 예상 금액은 지난해보다 1.2% 감소한 19조9690억원에 머물렀다. 아직 국내 민간부문 R&D 투자의 절대규모는 2007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10분의1, 일본의 5분의1, 독일의 2분의1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야말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데 절호의 기회임은 분명해 보인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경제위기 때 R&D 투자를 확대한 기업이 항상 경제회복 때는 치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신성장동력에 대한 R&D 투자를 늘려야 경제회복기에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팀장은 "미국 듀폰이 대공황 때 R&D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일본 캐논도 장기불황 시기에 R&D에 집중해 이후 시가총액 1위의 전자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좋은 본보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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