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찾은 역샌드위치 기회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9.03.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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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프린터 재생토너 생산업체 컴베이스..호주 수출 300% 증가

호주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호주산 원자재를 수입하던 중국과 일본 등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호주도 덩달아 어려움에 처했다. 호주의 전체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한국기업들의 대호주 수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승용차, 휴대폰, 가전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제품 대부분이 매출 감소세를 겪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역샌드위치'의 기회를 찾아 도약하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레이저프린터용 재생토너를 생산하는 컴베이스는 올해 호주에서 매출이 250만달러로 300%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해에는 재생토너를 7000개 정도 팔았으나 올해는 5만~6만개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전체 매출도 7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산보다 월등한 품질에 더 저렴한 가격경쟁력까지 겸비하니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컴베이스 박남서 사장컴베이스 박남서 사장


박남서 컴베이스 사장은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고 흥분했다. 재생토너는 한번 사용한 토너에 잉크를 주입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토너로 기존 토너를 수거해 분해한 뒤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컴베이스는 지난해까지 주로 삼성 프린터에 맞는 토너를 생산했다. 삼성프린터는 호주 프린터시장 점유율이 10%대이므로 컴베이스의 토너 수요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신 컴베이스의 삼성프린터용 토너는 비싼 값을 받았다. 삼성프린터는 선발업체 휴렛팩커드(HP)나 캐논의 특허를 피해 독자기술로 만들었다. 그만큼 복잡한 구조여서 재생토너 가공이 어려웠다. 중국업체들은 삼성 토너를 가공하지 못했다.
컴베이스가 생산한 HP1010 재생토너컴베이스가 생산한 HP1010 재생토너

박남서 컴베이스 사장은 "HP와 캐논프린터는 범용화돼 있어 재생토너를 만들기 쉬운 대신 생산단가가 저렴하다"며 "HP용 토너는 중국업체가 주로 생산하고 컴베이스는 소량 생산이 이뤄지는 삼성 토너에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 컴베이스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범용제품인 HP용 토너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박 사장은 "삼성 토너를 만들면 기술력은 인정받은 것"이라며 "여기에 가격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HP용 토너에 대한 주문도 컴베이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팔린 프린터토너는 HP의 '1010' 제품이다. 컴베이스는 이 제품을 개당 13달러가량에 판매한다. 중국제품은 15~16달러 정도다. 고장률이 높은 중국산보다 더 싼값에 우수한 제품을 내놓으니 매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재생토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물론 매출 확대엔 환율 효과의 덕이 가장 컸다. 하지만 컴베이스가 생산기지를 지난해 6월 경기 안산에서 개성공단으로 옮겨 원가를 더욱 낮춘 것도 판매량 증대에 기여했다. 컴베이스는 최근 개성공단에 해외 바이어들을 연달아 초청하고 있다. 이번주말엔 호주의 전자 유통업체인 RTS 다이나믹스 CMG 등이 방문한다. 다음달엔 독일의 유명 전자업체인 KNU가 찾아온다.



박 사장은 이번 기회에 시장을 넓히고자 캐나다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시장을 찾아 한달에 몇번씩 해외 출장을 다니고 있다. 박 사장은 "품질은 원래 자신이 있었는데 가격경쟁력까지 생겨 어느 업체와도 경쟁해 이길 수 있게 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개성공단에 공장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직접 와서 공장을 보면 바뀐다"고 설명했다.
 코트라의 시드니 KBC 센터측은 "호주도 경기가 어려워 전체 시장은 줄었지만 한국 기업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컴베이스 개성공장 전경컴베이스 개성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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