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재개발·재건축 줄줄이 '문닫을 판'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9.03.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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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부담…시공사 포기· 추진위 해산 잇따라

부산 재건축 '빅5 단지' 하나로 꼽히는 북구 만덕2동 만덕주공재건축조합. 이 단지는 2년째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입찰 공고를 3번 내고 수의 계약도 시도했지만 시공을 맡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도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걱정한다"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주택공사와 공동시행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우방타운재건축조합은 지난해 9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도 시공사가 발을 빼 후유증을 앓고 있다. 잠정 시공사인 D건설은 유동성 위기와 미분양 문제를 이유로 본계약 과정에서 시공권을 포기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목소리가 커진 비대위가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는 등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 대도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시공사가 철수하거나 추진위원회가 해산하는 단지가 적지 않아 도심 슬럼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부산시 통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239개 재개발 대상구역 중 2월 말 현재 사업이 완료된 곳은 단 5곳에 불과하다. 이 중 180여곳의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경북 구미에선 조합 설립이나 추진위 승인 단계인 7개 재건축단지가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일부 조합은 사업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와 대전 대구 등 다른 지방 대도시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전 괴정동2구역 추진위는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해산됐고, 광주 광산 D재개발 추진위도 구청으로부터 해산요청이 승인됐다.

이처럼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꽁꽁 얼어붙은 것은 지자체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도시정비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사업성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 이후 지자체들은 3년 내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 바람에 광역시마다 약 100여군데 이상의 정비기본계획 고시를 진행했고 현재 이들 정비예정구역들이 비슷한 속도로 사업을 진척시키고 있다.

법무법인 을지 차흥권 변호사는 "지역 주택수요와 시장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자체들이 단지 재개발기본계획 지정 요건만 맞으면 일괄적으로 정비예정구역을 고시했다"면서 "이후 경기불황을 맞아 미분양사태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재건축사업이 올스톱 위기이지만 물량 조절 외엔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바른재개발재건축전국연합의 이영환 국장은 "일시적 공급 과잉 원인이 크므로 정부 정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면서 "재건축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해 공급 물량을 조절하거나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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