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랏샤이마세" 환전소는 '엔화 호황'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3.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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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한때 1600원선을 위협한 2일 오후 남대문 환전소에는 달러화가 아닌 엔화가 호황을 이뤘다.

환전상들은 조그만 테이블을 앞에 두고 엔화 구매에 나섰다. 주요 고객은 묵혀두었던 엔화를 꺼낸 이들과 원화 약세를 기회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쌀쌀한 날씨 속에서 흥정에 여념이 없던 한 환전상은 엔화를 바꾸고 싶다고 하자 "1만엔에 16만원까지 쳐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곳은 더 비싸게 받아준다고 말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그는 16만 1000원을 제안했다.



그는 "요즘처럼 엔화가 센 적이 없다"며 "은행이나 호텔 환전소보다 훨씬 많이 쳐주는 것이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엔화가 어디까지 오를 것 같냐고 묻자 "그건 아무도 모른다"며 "그걸 맞히느니 주가를 예상한다"고 받아쳤다.

명동의 분위기는 남대문 이상이었다. 거리 이곳저곳에는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는 인사말이 울려 퍼졌다. 화장품 매장과 옷가게 점원들은 일본어로 자신의 가게를 홍보했다. 거리에서는 한국말 못지않게 일본말이 들렸다.



환전소의 인기도 상상 이상이었다. 한 해외물품 판매점은 얼마 전부터 환전 업무도 시작했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A씨는 "아직 해외물품 판매에는 못 미치지만 환전으로 버는 수입도 만만치 않다"며 "최근 엔화를 들고 오는 관광객들의 수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이 인기 환전소라고 소개한 곳을 가보니 일본인 관광객들이 엔화 교환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한 무리의 일본인 관광객이 원화를 받아들고 가자, 이번에는 단골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이 엔화 한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환전상이 "요즘은 괜찮으시죠"라고 묻자 엔화를 교환하러 온 남성은 "요새 같으면 살만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20만엔을 320만원 가량으로 바꿔 돌아갔다. 환전상은 "인근에서 엔화를 받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엔화를 부쩍 많이 들고 온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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