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놓은' 딜링룸, 당국 전화 빗발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3.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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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1600원에 판다고 했던 곳 있었지? 일단 준비하라고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은데."

2일 낮 12시 20분 외환은행 딜링룸. 원/달러 환율은 1590원을 찍고 1600원대를 향해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딜링룸은 예상 밖으로 고요했다.

교대로 식사를 하기 위해 딜러들 절반이 자리를 비웠다. 자리에 남은 몇몇 딜러들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덤덤히 전광판을 들여다봤다. 전화기는 잠잠했고, 거래는 드문드문 이뤄지는 정도였다.



한 외환 딜러는 "거래가 많이 터지는 날이 아니다"라면서 "환율이 1600원 트라이가 두어번 있었지만 달러를 못 사서 안달 나 있진 않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것.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이후 시장 참가들은 담담해졌다. 지난해 워낙 자주 '패닉'상태를 경험한 터라 '맷집'이 생겨 차분히 관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지금처럼 높은 레벨에서는 공격적으로 롱 플레이(매수) 하기 힘들다"면서 "불안하기 때문에 숏(매도)도 힘들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국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은행들이 달러를 사들일 때 마다 전화를 걸어왔다. 은행 딜러는 "원래 당국이 포지션을 매일 체크해 왔지만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서 전화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워낙 시기가 민감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환율이 1600선을 위협하자 몇 차례 당국이 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개입강도가 크지 않은 탓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딜러는 "씨티의 보통주 전환 소식이 전해졌지만 AIG 등 해외 쪽이 불안하고, 동구권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어 당분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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