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사실상 '국유화'… 배경·영향은?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2.2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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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확대·유형자기자본(TCE)급락, 타 은행 확산 주목

미 재무부가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지분율을 최대 36%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이사회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게 돼 한때 세계 최대 금융그룹이던 씨티는 사실상 '국유화'됐다.

◇ 250억불, 보통주 전환..신규자금투입은 없어



재무부와 씨티그룹의 합의안에 따르면 재무부는 보유중인 250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함으로써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지분을 36%로 늘리게 된다.
미 정부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450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씨티그룹에 투입하면서 씨티그룹 지분 7.8%를 취득한 상태다.

재무부 지분의 전환가격은 주당 3.25달러. 전날 종가보다 32% 할증된 가격이다. 씨티측은 당초 전환가격을 5달러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 주가는 이날 39.02% 폭락한 주당 1.50달러를 기록했다.



정부지분의 우선주 전환은 싱가포르 투자청(GIC),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민간주주들이 보유한 우선주 275억달러 역시 같은 조건으로 보통주 전환한다는 전제아래 이뤄진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면 기존 보통주 주주들의 지분율은 26%로 줄어 74%나 가치가 희석된다. 씨티의 주가폭락은 이같은 주식가치 희석 여파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으로 씨티는 자본 확충과 더불어 배당금 지급 부담을 덜게 됐다. 상대적으로 공적자금 회수 규모는 줄어드는 셈이다. 또 보통주 전환가격이 시가보다 훨씬 낮은 만큼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더 늘어난다고 볼 수도 있다.


정부는 보유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용인하는 대가로 이사회 쇄신을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비크램 팬디트 최고경영자(CEO)와 리차드 파슨스 이사회 의장은 현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 씨티 4분기에도 100억불 손실..'새 건전성 지표' TCE 비율 급락

미 정부 지분의 보통주 전환 이전에도 미 재무부는 씨티의 1대주주였으며 경영에도
직접 간여, 사실상 씨티는 국유화된거나 마찬가지였다.

미 정부는 '국유화(nationalization)'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와, 국영은행으로의 자금 집중 등 부작용을 우려, 대형은행에 대한 보통주 지분 확대를 자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부가 보통주 전환을 단행한 것은 씨티그룹의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재무안정성이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이날 4분기에만 100억달러의 손실을 추가로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이와 함께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한 배당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금융위기 심화이후 금융권에서 새로운 건전성 잣대로 부상하고 있는 '유형자기자본(TCE:Tangible Common equity)' 비율이 크게 악화된 점이 보통주 전환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TCE는 기존의 '자기자본(Tier 1) 비율'에 비해 엄격한 평가기준이다. 영업권이나 지적재산권같은 무형자산이나 우선주를 배제하고 보통주만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한다.

비크램 팬디트 씨티 그룹 CEO는 "씨티의 자기자본 비율은 11.9%로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지만 시장은 점점 TCE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주가도 이같은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며 손실확대로 인한 자산대비 TCE 비율 하락이 보통주 전환의 배경이 됐음을 밝혔다. 씨티그룹의 TCE 비율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다른 대형 은행들도?

미 재무부가 보유중인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함에 따라 정부가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대형은행들의 지분도 보통주로 전환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웰스 파고 역시 TCE는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이다. J.P모간 정도만이 3%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험가중자산을 분모로 하고 있으며 통상 'Tier 1'보다 다소 높게 나오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건전성 척도로 하고 있는 반면 'TCE'는 4% 정도가 돼야 자본 건전성이 확고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TCE 역시 무형자산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 지나치게 엄격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건전성 기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 않다.

씨티그룹 최고 재무책임자 게리 크리텐덴은 "감독당국이 TCE비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면 궁극적으로 모든 금융회사들이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같은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받은 다른 은행들 역시 씨티처럼 추가부실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기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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