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상승압력만 보인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박상주 기자 2009.02.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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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4원 전기고점 갱신...내달 1600원 넘을듯

-외환당국의 유동성대책이 오히려 악재로
-조선사 수주 문제 등 수급불균형 지속
-매수세에 고삐 채울 하락요인 없어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며 전기고점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현 추세라면 다음달중 1600원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2월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6.5원 상승한 1534원으로 전기고점을 다시 갱신했다.
치솟는 환율, "상승압력만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에 대해 "외환당국의 본격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풀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이어 시장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 제스처만 있었을 뿐 실제 개입은 없었다.



외환시장은 특히 전날 정부에서 발표한 외화유동성 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공법 대신 우회전술을 택한 셈"이라는 게 시장 평가다.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채권 양도차익에 대한 면세, 공기업의 해외차입 확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발행규모 확대 등이 큰 효과를 발휘할 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을 "실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역내외 시장참가자들은 더이상 의미있는 당국의 개입이 없을 것으로 판단, 예상 환율 수준을 1540원대로 올려놨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역외세력이 환율 수준을 올리면서 외환당국의 반응을 저울질했지만, 실제 개입이 없자 급등세를 탔다"고 말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하락요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상승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날 월말 달러수요 집중, 아시아 통화약세, 수급불균형 등이 서울 외환시장에 주된 상승요인이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다음주(3월2~6일)도 상승여력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수급 차원에서 달러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조선 및 중공업체들의 수출급감으로 지난달부터 달러공급이 크게 줄어듦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수급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3월초 외국인 주식배당지급용 달러 매수세와 글로벌 달러 자금회수 등 악재가 지속되지만, 예상된 호재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조선 및 중공업 발주 취소 문제 등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2기 경제팀의 환율정책은 명분없는 개입보다 펀더멘털 다지기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3월초까지 어떻게 대응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급등에는 1월중 경상수지가 4개월만에 적자전환한 것도 한몫했다. 하락요인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 유입 달러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상승세를 부추겼다. 또 투신권에서 4000만달러에 달하는 달러선물 매수에 나선 것도 악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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