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직권 상정 수순으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9.02.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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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법안 처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방식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유력하다. 김 의장이나 한나라당 모두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당장 김 의장은 27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취소했다.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김 의장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표면적으로는 상임위원회가 법안 심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쟁점법안이 걸려 있는 정무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에서 표결 처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핵심 의원은 "그래도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직권상정하는게 모양새가 더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도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온 뒤 점거할 수 있는 만큼 아예 회의를 안 여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국회 본청 출입을 통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월 입법 전쟁에서 패배한 뒤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의장측 한 인사는 "여전히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민주당이 상임위 전면 보이콧을 선언, 법안 심사를 포기한 것이 직권상정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사실상 직권상정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점은 3월2일께로 점쳐진다. 회기 종료일(3월3일) 전에 하는 게 위험이 덜하다. 다만 직권상정될 법안 숫자는 아직 유동적이다. 가능한 모든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과 직권상정 법안을 최소화하려는 김 의장간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정무위에 계류 중인 5개 법안은 경제 관련 법안이란 명분이 있는 만큼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민영화과 관련된 △산업은행법 개정안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제정안, 금산분리 완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불법 집단 행위에 관한 집단 소송법(떼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도 처리 대상으로 꼽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은 4월 처리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문제는 미디어 관련법 상정 여부다. 해당 상임위에 상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법안을 곧바로 직권 상정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잖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경제 관련 법안만 한 뒤 미디어 관련법은 4월로 넘기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어차피 강행할 바라면 이번에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야당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일부 수용, 법안을 손질한 뒤 상정 처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관련 여권 인사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교감을 하더라도 결국 김 의장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명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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