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입찰 나홀로 뜨거운 경매시장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전예진 기자 2009.02.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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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 중앙지법 경매법정 가보니…발디딜 틈 없이 북새통

↑서울 중앙지법 경매법정↑서울 중앙지법 경매법정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입찰이 마감되는 11시10분까지 1시간 이상 남았지만 법정안 160여개 좌석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좌석 양쪽과 앞뒤 통로는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로 꽉 찼다. 아기를 업고 법정 분위기를 살피러 온 앳된 주부부터 어머니가 살 아파트를 낙찰받으려고 함께 나온 모자, 개찰을 기다리는 돋보기 안경을 쓴 백발 노신사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이날 중앙지법에 모인 사람들은 총 800여명. 실제 입찰에 참여한 사람만 380여명에 달했다. 오전 11시쯤 입찰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마감시간이 10여분 지연되기도 했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법정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긴 몇년만에 처음"이라며 "실물 경기나 일반 부동산 시장은 회복될 기미가 없는데 경매시장만 과열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법정 열기 후끈…해프닝 속출=바깥 날씨는 쌀쌀했지만 법정 안은 입찰 열기로 후끈했다. 경매 집행관이 입찰표를 정리하는데만 20분 넘게 걸렸다. 오전 11시45분 개찰이 시작되자 장내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자 "통화는 나가서 하라"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투자자도 있었다.

수백명이 입찰에 나선 만큼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서울 중구 신당동 현대아파트 단지내 상가(감정가 1억2000만원, 최저입찰가 7680만원)에 입찰한 한 중년 남성은 입찰가 9000원을 써냈다가 집행관으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집행관은 "고의적으로 경매법정을 기만하는 행위는 공무집행 방해로 간주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독 입찰한 물건의 보증금을 잘못 넣어 낙찰이 취소되기도 했다. 해당물건은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주인을 찾았다가 낙찰금 미납으로 재경매된 서울 강남구 세곡동 임야. 입찰자는 이 물건의 입찰보증금이 20%라는 사실을 간과, 보증금을 10%만 넣었다 다 잡은 낙찰 기회를 놓쳤다.

경매물건의 사건번호를 기재하지 않거나 잘못 쓴 사례도 있다. 투자자 2명은 경매기일이 연기된 줄 모르고 입찰했다가 쓸쓸히 퇴장했다.

◇아파트 뜨고…연립·다세대 지고=이날 중앙지법에선 총 122건의 물건이 나와 45건이 낙찰됐다. 평균 경쟁률은 7대 1. 고가아파트의 인기가 살아난 반면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렸던 연립·다세대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입찰경쟁률이 가장 높은 물건은 강남구 청담1동 삼성청담공원 107㎡로 무려 59명이 경합을 벌였다. 감정가 12억원에서 3회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6억1440만원까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낙찰가는 8억5000만원, 낙찰가율은 70.8%를 기록했다.

서초구 방배동 쌍용예가클래식 155㎡(감정가 14억원, 최저입찰가 7억1680만원)에도 35명이 입찰했다. 낙찰가는 10억899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77.8%였다. 이는 차순위 입찰자보다 1억원 이상 비싼 값이다.

지난해 11월 낙찰됐다 재경매에 나온 서초구 방배동 e-편한세상 198㎡(감정가 25억원, 최저입찰가 12억8000만원)는 기존 입찰때보다 더 비싼 값에 팔렸다. 입찰자는 12명, 낙찰가는 16억5100만원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32㎡(감정가 38억원, 최저입찰가 24억3200만원)도 5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32억여원에 낙찰됐다.

반면 관심을 끌었던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도곡렉슬 등 감정가에 첫 경매가 진행된 물건들은 유찰됐다.

성북구 정릉동·장위동 등 연립·다세대도 유찰된 물건이 많았다. 수십명씩 입찰에 나섰던 지난해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뤘다. 낙찰된 일부 물건은 대부분 세입자나 근저당 설정권자가 단독 입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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