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를때 심장 내려앉는 은행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2009.02.2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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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00원 상승할때 BIS비율 0.15%p 하락

-외화대출 축소, 외화후순위채 발행 등 대책 부심

은행들이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환율상승은 외화대출 등 위험자산을 늘리고 나아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환율 오를때 심장 내려앉는 은행


은행들은 대책 마련이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상승한 151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위기 이후 10년11개월 만에 최고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를 때마다 시중은행의 BIS비율은 평균 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상승이 은행에 위험자산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율이 1000원일 때 1억달러를 대출해줬는데 환율이 1500원으로 올랐다면 원화환산 대출액은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늘어난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기준통화가 원화다. 환율이 상승하면 BIS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은행 실무자들이 "환율변동에 따라 BIS비율이 달라져 관리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연말 1259.5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258원 올랐다. 환율상승에 따른 BIS비율 하락폭은 0.37%포인트에 달한다. 환율효과를 따지면 은행의 평균 BIS비율은 연말 12.19%(티어1 8.79%)에서 11%대 후반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환율상승은 자산 건전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간단치' 않다. 지난해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서 발생한 중소기업들의 손실이 은행으로 전가됐고 엔화대출 역시 여진이 남아 있다. 환율이 계속 상승한다면 부실대출이 증가하고 BIS비율 하락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를테면 외환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외화자산이 210억달러로 총자산 대비 25%에 달한다. 다른 은행의 외화자산도 우리은행(237억달러) 신한은행(190억달러) 하나은행(162억달러) 국민은행(140억달러) 등 규모가 작지 않다.

이성원 한신정평가 수석연구원은 "은행별 자산형태 및 위험가중치 분포가 달라 환율상승의 영향도 제각각"이라며 "다만 전체적으로는 환율상승이 BIS비율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외화대출을 축소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은행들이 잇따라 외화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후순위채권은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BIS비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외화로 발행하면 환율상승에 따른 외화 위험가중자산 증가현상이 희석된다. 때에 따라서는 환율상승이 BIS비율을 올리기도 한다.

외화후순위채 잔액은 △우리은행 14억달러 △신한은행이 11억5000만달러 △하나은행 11억달러 △외환은행 (0원 %) 3억달러 등이다. 국민은행은 외화후순위채가 없다.

외화후순위채는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신규발행이 여의치 않다. 동유럽 경제위기 확산 등 실물경제가 좋지 않고 채권을 인수할 투자자도 급감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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