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시스트 김수행 "경제, 위기 아닌 공황"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02.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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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연 "수출의존형 경제 탈피해야"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경제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위기'가 아닌 '공황'으로 진단하며 내수산업을 살려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6일 민주당 민주정책포럼의 '세계공황과 한국경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 경제는 지난해 9월부터 공황에 빠져 회복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갔다"며 "역사적으로 봤을 때 3~4년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3월 부동산 투기와 가계부채 과잉 등으로 위기의 징조를 내포하고 있었고, 그 뒤 미국과 일부 선진국의 경제공황에 영향을 받아 위기에 빠지고 있었는데도 정부가 터무니없는 '747'을 노래하다 지난해 9월부터 사실상 공황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미국의 경우에는) 2006년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자금을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베어스턴스가 도산했을 때 '공황'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금 공황에 빠진 경제를 보고 '위기는 기회'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람 약을 올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위기가 아니라 공황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 내수산업을 살리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시장 확대는 한계에 다다른 수출지향적 경제성장에 의존하지 않는 길로서 공황을 피해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르크시스트 김수행 "경제, 위기 아닌 공황"
김 교수는 "수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얘기밖에 안하는데, 임금을 깎으면 국내시장이 좁아지고 소비자는 상품을 살 수 없다"며 "수출 진전과 서민불행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보장제도 확립과 사회복지 확충을 통해 일반 사람들의 구매력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저소득층 소득 보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업급여 인상 및 기간 연장 △노인복지 개선 △공공보육시설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수출입국'을 말했는데 지금 삼성전자 등의 전자제품 수출은 전부 기계화돼 고용효과가 없다"며 "수출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연구해야 하고, 고용이나 다른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경제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공황에 빠지는 미국 경제모델을 한국이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협의"라며 "지금 미국 모델을 따라가면 점점 더 공황에 빠진다"며 "체결하지 않는 것이 옳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많은 수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독점을 강화하는 것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독과점이 없어야 한다는 주류경제학의 이론과도 맞지 않다"며 "독점을 부숴나가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로서는 효율성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2월 서울대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지금은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마르크스 '자본론'의 국내 번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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