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 1년, 작지만 강한 정부 첫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9.02.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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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조직개편 그후 1년]<1부>

이명박 정부의 첫 작품은 '정부 조직 개편'이었다. 취임하기도 전에 손을 댈 만큼 의지가 강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를 내걸고 확 뜯어 고쳤다.

'작은 정부, 기능 재편'이 조직 개편의 명분이었다. 커져만 가는 정부 조직, 늘어나는 공무원수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컸던 만큼 조직 개편엔 힘이 실렸다. 수술은 짧지만 강하게 이뤄졌다.



그로부터 1년. 수술을 맡았던 여권 인사들의 평가는 '만족'이다. 작은 정부등 방향이 제대로 잡혔고 운용의 묘를 살리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물론 일부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다. 특히 전세계 경제 위기 속 두드러진 '경제 파트'에 대한 반성이 크다.



◇작은 정부, 성공했다 = 여권 인사들은 정부 조직 개편이 지향했던 작은 정부를 이뤄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청와대는 총 공무원 수와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가 새 정부 출범 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며 수치까지 제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후 조직개편으로 지난해말 현재 총 공무원 수는 전년대비 6328명,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는 0.07명 줄었다. 참여정부 5년간 공무원 11%가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정부조직 개편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안상수 의원은 "작은 정부를 갖고 규제 완화와 경비 절감을 한다는 게 기본 목표였다"며 "조직을 줄인 것은 잘 됐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슬림화(작은 정부)와 컨버전스(조직간 융합)이 화두였다"며 "확장되고 세분화돼 조직을 축소하고 통폐합하자는 취지가 실현됐다"고 밝혔다.

정부 조직개편 1년, 작지만 강한 정부 첫발


◇일부 미흡, 운용이 중요 = 아직 조직 개편이 이뤄진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갈 길이 멀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고승덕 의원은 "점수로 치자면 80점 정도 된다"며 "20점은 아직 미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책위의장이었던 이한구 의원은 "효율적으로 개선됐지만 충분하진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운용'에 방점을 찍었다.이 의원은 "중요한 것은 괜찮은 사람이 들어가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도 "일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부처간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협조체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조직 개편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묘를 제대로 못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이 개편되는 악순환은 이제 끊어야 한다고 본다"며 "문제점이 있더라도 부분적으로 보완해 가면서 미흡한 부분을 채워 넣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경제파트 문제…손질은 글쎄 = 그럼에도 조직 개편의 아킬레스 건은 있다. 여권 인사들은 경제, 금융 파트를 꼽았다.

김성식 의원은 "거시 경제 기능과 국제 및 국내 금융 기능이 각기 나눠져 있는 가운데 뜻하지 않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조직 체계가 아니었다는 반성이다. 고승덕 의원도 "청와대 금융비서관이 없는 게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예산과 거시 경제를 한 곳에 몰아둔 것에 대한 내부 반성도 있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 개정 등 추가 수술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고 의원은 "법에 손을 안 대는 대신 청와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 조정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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