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수출에 얼마나 도움되나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2.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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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흑자 원동력…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폐업 직전인 기업도

일본 전역에 주방용 기자재를 판매하는 창고형 매장을 47개 보유하고 있는 텐포스그룹은 음식점에서 널리 사용하는 초저온 냉동고를 조만간 한국 업체에서 납품받을 계획이다.

텐포스그룹은 그동안 상당한 기술력이 있어야 생산할 수 있는 초저온 냉동고를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에서 주로 수입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한국산을 수입할 경우 가격을 3분의1 내지 반값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한국 중소기업을 발굴해 일본 수출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는 김윤년 텐포스코리아 사장은 "한국 업체들이 정밀 기술을 갖고 있는데다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돼 일본 진출에 무척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 수출에 얼마나 도움되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회복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주요국들이 수입선을 한국 기업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반면 일부 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부담 증가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위기 극복의 근간인 수출 분야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환율 문제를 잘 활용하면 수출확대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 0.4% 증가한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무역거래 관행상 환율이 수출입에 반영되는 데 통상 3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작년 10월부터 상승된 환율이 이달부터 반영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상승으로 이달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다음달 이후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현재의 환율 상황을 선진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환율이 300원 정도 높아지자 매출이 연간 2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환율 상승과 수출보험공사의 수출보험 한도 확대 등으로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 홀딩스에 대한 수출이 지난해보다 65% 증가한 17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환율로 인한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같은 수출 기업이지만 자본재와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큰 업체는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 가격만 급등해 경영 악화가 가중되고 있다.



한국 수입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서 기자재와 원자재를 수입한 뒤 가공해 수출하는 업체들 가운데 매출은 감소한데다 원/엔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은 급등해 폐업 직전에 처한 업체가 상당수"라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아직 각국의 전체 수요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외화 상환 부담이 많은 기업은 물론이고 수출 기업들도 환율이 올랐다고 마냥 좋지는 않은 상황"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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