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ETF, 이제 섹시함을 갖출때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9.02.2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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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기 투자희망 ETF] (4) 도약위해 필요한 2%

성장한 ETF, 이제 섹시함을 갖출때


지난 2002년 10월 순자산 4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불과 6년여만에 2조5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당시 4개에 불과했던 ETF 수도 40개로 늘었다. 이 정도면 세계 어느 시장과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그러나 국내 ETF 시장을 두고 성숙했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단기간 시장의 양적인 급팽창 이면에는 기초자산 편중 현상과 유동성 부족이라는 그림자가 숨어있다.



◇기초자산 편식..코스피200지수 ETF만 5개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 가운데 가장 인기 높은 기초자산은 '코스피200지수'다. 2002년 삼성투신운용의 '삼성KODEX200상장지수'와 우리CS자산운용의 'KOSEF200ETF'를 시작으로 지난 해 '미래에셋TIGER200상장지수', '한국 KINDEX 200상장지수', 올 1월 '유리TREX200상장지수'가 잇따라 선보였다. 운용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기초자산을 고른 결과다.



한 지수에 동일한 투자방식의 ETF가 5개나 출시된 건 세계 다른 시장에서도 찾기 힘들다. 'ETF의 천국'이라는 미국도 리버스 ETF나 레버리지 ETF가 아닌 국내처럼 S&P500지수를 순수하게 따라가는 ETF는 단 하나다.

기초자산의 편식 현상이 가져온 결과는 '빈익빈 부익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삼성KODEX200상장지수'의 20일 평균 거래량은 425만2679주에 달하는 반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다른 ETF는 50만~150만주에 불과하다.

ETF는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인 까닭에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이 발휘되는 일반 액티브펀드처럼 운용사 스타일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들 펀드의 수수료도 0.01~0.02%포인트 차이나는 데 불과해 상품 선택에 잣대가 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상품별로 차별성이 나타나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기회가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 경쟁 과열로 결국 운용사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꼬집었다. 운용사들이 ETF 상품 개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인력이나 시스템 투자를 하기 보다는 장래성이 밝은 ETF 시장에 일단 뛰어들고 보자는 태도가 과도한 경쟁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운용사들이 일부 '스타' 지수 ETF에 연연하는 건 추종할 수 있는 기초자산이 극히 제한된 영향이 크다.



지난 4일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실물자산까지 투자할 수 있게 돼 사실상 ETF 상품 출시에 대한 법적 규제는 완화됐다. 그러나 자본시장법과 발맞춰 개정돼야 할 실무 규정은 여전히 '과거형'이다. 한국증권거래소 상장규정 42조 2항에 따르면 ETF가 상장되기 위해서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수의 100분의 95 이상을 구성하는 종목을 자산으로 편입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직까진 거래소에 상장된 지수와 종목군을 기초자산으로 삼아야 ETF를 출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에 맞춰 ETF의 현금 설정 방식'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ETF에 유입된 자금으로 선물이나 옵션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운용사와의 협의 및 금융당국 승인 등으로 상반기 전엔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 당장 국내에 금ETF나 원유ETF 출시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 투자자들이 즐겨찾는 ETF가 돼야



국내 ETF 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코스피200 관련 ETF는 그래도 '손님'이 드는 편이다. 중대형성장과 같은 스타일 ETF 중에는 평균 거래량이 50주가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연구소장은 "ETF가 비용이나 거래 편의성 면에서 일반 펀드보다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ETF 수요 기반이 취약한 건 기본적으로 인덱스펀드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ETF나 인덱스펀드를 아무리 추천해도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액티브펀드가 고수익을 가져온다는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판매사에서도 투자자들에게 ETF를 적극 권하지 않는다. 판매보수가 없는 데다 시장 수준의 수익률로는 고객의 구미를 당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에서는 올해 ETF투자자교육단을 발족하고 전국 순회 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교육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ETF를 찾기 위해선 퇴직연금 시장이 개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고수익을 노리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은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주식 비중이 40% 이상인 펀드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ETF 투자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현재 법인들은 관리 책임 등을 이유로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차원에서 유동성공급자(LP)의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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