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월가 다독이고 '희망' 되살렸다

뉴욕=김준형 특파원·김경환 기자 2009.02.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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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은행 국유화 우려 일축, 경기회복 기대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모처럼 건재를 과시했다.

금융구제안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그늘'에 가려있는 듯 했던 버냉키 의장의 단호한 목소리에 시장이 화답했다.

◇ "불필요한 때 국유화할 필요 없다" 단호히 일축



버냉키 의장은 24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증언을 통해 자산가치가 1000억달러를 초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게 되는 은행은 씨티 등 19개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주 형태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앞으로 2년간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을 전재로 잠재부실을 산정해 지원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의 잠재 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에는 정부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국유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특히 "결코 필요하지 않은 시기(when just isn't necessary)에 은행을 공식 국유화함으로써 은행들의 프랜차이즈 가치를 파괴하고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금까지 은행 국유화와 관련한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가운데 가장 단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정부는 '민-관 파트너십'에 만족하며, 은행들의 기존주주들이 민간 투자자들과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는 최대주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희석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may or may not)"며 여운를 남겼다.

◇ 경기 전망, 낙관-비관 '양칼'...국채 매입 당장 불필요 자신감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 양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축 상황에 놓여 있으며,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3년간 그가 의회에서 내놓은 경제 전망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정부, 의회, FRB가 성공적으로 금융 안정을 환원하는 일부 조치를 취하는데 성공할 경우 현재 경기침체는 2009년에 끝나고 2010년부터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경제회생 희망도 되살렸다.



버냉키는 "경기부양책과 통화정책 등이 서로 조화를 이뤄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와 관련해서도 버냉키 의장은 "장기 국채 매입 외에도 동원할 수 있는 다른 정책수단들이 남아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장기국채 매입은 민간 신용시장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남겨두기를 원하며 연준은 국채 발행 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현재 진행중인 연준의 모기지 담보증권 매입과 향후 집행될 소비자 대출 증권 매입을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거론했다.



연준은 지금까지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신용을 금융권에 제공하고 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낮추는 등 사상 유례없는 금융완화 정책을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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